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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판정→고혈압 환자로…달라진 美 고혈압 기준 보니

<앵커>

건강 소식 알아보는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 주요 의학회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바꿨습니다. 미국에서는 3천 1백만 명이 변경된 기준에 따라 새롭게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는데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준이 어떻게 바뀐 것인가요?

<기자>

고혈압 기준은 140/90이었습니다. 140/90이 넘으면 고혈압 이렇게 진단을 받는 것인데, 이 기준을 130/80으로 낮췄습니다.

그동안 140~130 사이인 사람들은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내 혈압이 135/90이라고 가정했을 때 고혈압 환자가 되는 겁니다.

미국 고혈압 학회, 순환기 학회, 심장학회 등 미국 주요 의학회가 고혈압 진단 기준을 바꾸면서 국내 고혈압 환자의 처방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문계숙 (81세)/고혈압 환자 : 반 알씩만 먹었는데 한 알로 바뀐 거예요. (이번에요?) 네.]

문 할머니는 혈압약을 먹으면서 140/90 정도로 혈압을 유지했는데 변경된 미국 기준대로 130/80 이하로 낮추기 위해 복용량을 늘린 겁니다.

고혈압약을 새롭게 복용해야 하는 환자도 상당수 늘 것으로 보입니다.

[고혈압 환자 : 심리적으로도 '아, 이거 내가 잘못된 거 아닌가, 더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 좀 많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우리나라 고혈압 학회가 아직 공식 기준변경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기준을 변경한다면 650만 명이 새롭게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되고 국내 고혈압 환자는 1,600만 명이 넘게 되고 특히 60대 이상의 절반은 고혈압 진단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혈압약 제약사가 대박이 날 것 같은데, 그래서 의심을 하는 분들도 있어요?

<기자>

이번 미국 고혈압 기준 변경은 미국 국가 기관인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서 50세 이상의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제약회사의 로비설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화면 보실까요?

[2017년 1월 17일 SBS 8뉴스 : 보통 혈압이 140을 넘으면 고혈압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런데 일본에 이어 미국의 주요 의학회가 60세 이상에서 고혈압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혈압 150 이상일 때 고혈압이라는 겁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내과학회와 가정의학회가 이번 발표와는 반대로 60세 이상에서 고혈압 기준을 오히려 느슨하게 변경했습니다.

JATOS라는 일본 연구와 HYVET이라는 호주, 유럽 공동 연구에서 60세 이상에서는 혈압을 150 이하로 낮춰봤자 별 득이 없고 오히려 저혈압 때문인 부작용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인데 세계 각국은 물론 미국도 전문가마다 고혈압 기준을 이렇게 다릅니다. 우리나라 역시 고혈압 전문가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릅니다.

<앵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자>

지난해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미국 성인 인구의 7.6%, 고혈압 인구의 20% 그리고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인구의 16.7%만이 엄격하게 혈압을 관리하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고혈압이 악화해서 생기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빈도가 미국의 1/4 정도 수준밖에 안 됩니다.

미국 고혈압 기준을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다만, 고혈압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고혈압 고위험군에 해당 한다면 변경된 고혈압 기준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고혈압 고위험군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겁니까?

<기자>

고지혈증, 당뇨병이 있거나 흡연, 음주 습관이 있는 고혈압 고위험군은 미국의 변경된 기준으로 혈압을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고위험군에서는 고혈압이 뇌졸중, 심장병으로 악화할 위험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60세 이상의 연령층은 적정 혈압을 유지하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혈압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이해영/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 (60세 이상의 경우) 여름에 혈압이 낮아질 때 너무 낮아지지 않게 조심해야 하고 겨울에는 높아지는 요인을 조절해야 합니다.]

고혈압 고위험군은 130/80이라도 처음부터 혈압약을 먹는 게 좋지만,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약보다는 생활 습관을 바꿔 혈압을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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