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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적대행위로 고통…소수민족 존중"…로힝야 우회언급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인종청소' 논란 속에 미얀마를 처음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금기어인 '로힝야' 표현을 자제한 채 정의와 인권, 종교 간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교황은 28일 오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문민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와 만나 40여 분간 환담했습니다.

이어 현지 외교단과 정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첫 공개연설에서 교황은 "미얀마의 미래는 소수민족의 권리를 존중하는데 달려 있다."며 "미얀마의 미래는 사회 구성원의 위엄과 인권, 각 소수민족 그룹의 정체성과 법치, 민주적 질서를 존중함으로써 모두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평화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교황은 "미얀마는 오랜 민족분규와 적대 행위로 인해 지속해서 고통과 깊은 분열을 겪었다. 미얀마를 조국으로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또, 수치가 집권 이후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소수민족간 평화 정착' 사업을 독려하면서 "종교적인 차이가 분열과 불신의 이유여서는 안되며 오히려 화합과 용서, 관용과 현명한 국가건설의 힘이 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사태의 민감성을 고려해 로힝야족을 직접 거론하거나 미얀마군이 저지른 잔혹행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평화로운 문제 해결도 촉구한 셈입니다.

교황과 나란히 연단에 선 아웅산 수치도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소수민족간 분쟁으로 정부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수치는 "정부는 인권을 보호하고 포용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든 이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의 시도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국민과 친구들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수세기에 걸쳐 거주했지만, 정식 국민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차별과 박해에 시달려왔습니다.

로힝야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반군 소탕전을 빌미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을 일삼으면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도 사태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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