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교통부와 공항 당국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의 폐쇄기간을 일단 29일 오전까지 연장했다. 물론 발리 공항 운영 재개 여부는 화산활동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난 21일까지만 해도 비행경보 ‘오렌지(Orange)’가 발령됐던 발리 부근에는 25일에는 비행경보 ‘레드(Red)’로 격상됐다. 화산이 분화하면서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기둥 모양으로 뿜어져 올라가는 분연주(ash plume)의 높이도 지난 21일 약 3,900m에서 25일에는 7,600m로 높아졌고 27일에는 9,140m까지 치솟았다. 북서기류를 타고 남동진하던 화산재는 27일부터는 바람이 동풍계열로 바뀌면서 화산재가 더욱 넓은 지역으로 퍼지는 상황이다. (자료:기상청)
화산이 분화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분출물은 당장 주변지역을 재로 뒤덮을 뿐 아니라 발리를 오가던 여객기 운항 취소에서 볼 수 있듯이 항공기 운항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용암까지 분출할 경우 주변지역은 말 그대로 초토화, 모든 것이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화산에서 분출된 화산재와 화산가스는 지구 기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출된 이산화황으로 인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이 10% 정도나 줄어들었고 전 지구 평균 기온도 0.4℃나 떨어진 적이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수록 이 같은 화산 분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Swindles et al.,2017). 영국 리즈대학교(University of leeds)를 비롯한 영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은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과 기후변화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낮아 빙하가 폭넓게 덮여 있는 기간에는 화산 활동이 크게 줄어든 반면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았던 시기에는 화산 활동이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북유럽 지역의 호수나 분지에 쌓여 있는 이탄(peat)이나 호수에 쌓인 퇴적층에 남아 있는 화산재를 분석해 과거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을 추정했다. 분석결과 홀로세 중기인 지금부터 4,500년 전부터 5,500년 전 사이 약 1천년동안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이 뚜렷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산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던 시기 약 600년 전부터는 기온이 떨어지면서 아이슬란드에서 빙하가 크게 확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약 600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두고 먼저 빙하가 크게 확장했고 이어 화산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화산활동은 지각 판의 활동이나 맨틀의 용융 상태, 지하 마그마나 가스 형성 등 여러 가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 화산 활동이 지표에 쌓이는 빙하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다는 사실이 과거 기록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기후변화가 화산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큰 변수가 된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서 아이슬란드 빙하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다. 덮고 있던 빙하가 녹아내리면 녹아내릴수록 눌려 있던 용수철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땅은 솟아오르게 된다. 특히 땅만 솟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빙하의 압력에 눌려 있던 지하 마그마도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압력이 약해지면 암석이 녹는 온도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빙하가 녹아내릴 경우 압력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도 마그마가 잘 만들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녹아내리는 빙하가 마그마 생성과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쳐 과거 기록에서 볼 수 있듯이 궁극적으로는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화산활동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화산 지대가 빙하로 덮여 있는 곳은 단지 아이슬란드뿐이 아니다. 러시아 동쪽 끝인 캄차카 반도나 미국 알래스카 역시 화산과 빙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아이슬란드와 같은 조건이라면 캄차카 반도나 알래스카 역시 기후변화로 빙하가 급격하게 줄어들 경우 화산 활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얼마든지 화산 활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뜻이다.
화산 폭발이 늘어나면 대기 중에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늘어나면서 지구 기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단순히 기후변화 측면만 보면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증가하는 화산 폭발은 지구가 점점 상승하는 기온에 대해 스스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Graeme T. Swindles, Elizabeth J. Watson, Ivan P. Savov, Ian T. Lawson, Anja Schmidt, Andrew Hooper, Claire L. Cooper, Charles B. Connor, Manuel Gloor, Jonathan L. Carrivick. Climatic control on Icelandic volcanic activity during the mid-Holocene. Geology, 2017; DOI: 10.1130/G396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