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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는 당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다'…스마트폰 독점한 안드로이드의 배신

[취재파일] '나는 당신의 모든 걸 알고 있다'…스마트폰 독점한 안드로이드의 배신
● 당신의 모든 동선이 한눈에…특검 수사에도 활용되는 구글 위치 서비스

 특검이 김영재 원장의 아내 박채윤 씨가 청와대에 17차례 들어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구글 타임라인 덕분이었습니다. 모든 위치 정보와 머문 시간이 나오기 때문에 청와대에 몇 차례 들어갔고, 얼마나 있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지국을 활용해 대강의 위치를 잡는 것보다 타임라인을 이용하면 훨씬 정확하게 수사 대상자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만큼, 당사자의 협조를 얻어 구글 아이디와 비밀 번호만 받으면 그 자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미 특검 수사에 활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우리 수사기관들이 수사 대상자들에게 가장 강력하게 제출하기를 원하는 건 타임라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글 아이디와 비밀 번호가 될 것이라는 건 쉽게 짐작 가능합니다. 반대로 결백을 주장하는 수사 대상자 입장에서도 구글 타임라인보다 더 강력한 증거를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구글 타임라인
물론 구글 타임라인 서비스는 자체는 철저하게 스마트폰 주인을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오늘 제 타임라인을 조회해봤더니 숙대 입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광화문 KT에 와 있다는 내용도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중간 중간 제가 촬영한 사진이 있다면 타임라인 사이에 자동으로 배치됩니다.

한마디로 개인의 모든 활동을 시간과 공간순으로 나열해서 보여준다는 얘기입니다. (구글 타임라인은 얼마 전부터 한국에서는 접속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고 위치 정보 기록을 구글이 안 하는 건 아니고 VPN 등으로 다른 나라로 우회하면 확인 가능합니다. 왜 서비스 접속을 차단했는지에 대해서 구글 코리아는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혹시 전날 자동차를 세워두고 위치가 기억나지 않아 찾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타임라인을 이용하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구글 타임라인
구글 타임라인
구글 타임라인은 한 인간의 활동에 대한 통계도 보여줍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한 달의 통계를 정리해 이메일로도 보여주는데 제가 지난달에는 5개 도시를 방문했다고 알려줬습니다. 부여군과 부안군, 인천에 갔다는데, 제가 부안군에 해넘이를 보러갔던 걸 정리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제가 머물렀던 상점의 이름을 정확히 찍어서 말해주기도 합니다. 지난달에는 감나무집이라는 식당과 빕스 여의도점을 새로 갔다는 사실까지도 보내줬습니다.

지난달 44km를 걸었고, 50시간 자동차를 탔다고 정리한 것은 제 모든 활동을 알지 않으면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이쯤 되면 구글은 일거수일투족까지 나에 대한 모든 걸 알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GPS꺼도, 유심칩을 빼도 '꼼짝 마'…나 몰래 전송된 기지국 정보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인터넷 매체 쿼츠가 폭로한 내용은 글로벌 특종이 됐습니다. 구글이 셀 아이디라고 하는 기지국 정보를 본사 서버로 전송해왔다는 건데, 구글 본사가 의혹을 인정했다는 사실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에 GPS 위치 스위치를 끄거나, 유심칩을 빼도 전송이 됐다고 하니 섬뜩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글이 이렇게 기지국 정보를 전송한 것은 올해부터였습니다. 일년 가까이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의 기지국 정보 전송은 계속됐던 겁니다. 

기지국 정보는 엄밀히는 개인의 위치정보는 아닙니다. 하지만 기지국 정보만 있으면 개인이 어디 있는지 특정 하는 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기지국의 고유 정보는 이 기지국이 어디있는지도 동시에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취재를 위해 문의했던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지국 정보와 다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 식별을 하는 건 쉬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지국 정보, 기지국과 신호 강도 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서 기지국과 기지국을 연결을 하면 정확한 동선이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 구글 "안드로이드 푸시 메시지 개선 위해 기지국 정보 활용했을 뿐"…다른 이유는 없었을까?

퀴츠의 보도 이후 외신들도 구글의 위치 정보 전송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안드로이드 폰 사용자 비율이 80%를 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구글 본사에서 이미 인정을 해서인지 구글 코리아도 발 빠르게 관련 내용을 해명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안드로이드 푸시 메시지(알림 문자) 개선을 위해 기지국 정보를 활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국가 정보, 네트워크 정보를 활용해 푸시를 보내왔는데, 좀 더 세밀한 기지국 정보를 활용하면 더 정확한 서비스를 하지 않을까 해서 정보를 전송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본사 서버에 받은 기지국 정보는 보관하지도 않고 바로 폐기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 가운데는 이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기지국 정보와 푸시 메시지와 상관관계가 크다고 볼 수도 없는데, 오히려 위치기반 광고를 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물론 구글에서는 기지국 정보와 위치기반 광고와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기업의 가장 큰 목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 정보를 수집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여지는 충분해 보입니다.

구글은 이미 위치기반 광고에 탁월한 장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 가지고 광고에 쓰려고 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 안드로이드의 배신…아른거리는 플랫폼 독점의 그림자

"사용자가 Google 서비스를 사용할 때 Google에서 사용자의 실제 위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Google은 IP 주소, GPS뿐 아니라 주변 기기, Wi-Fi 액세스 포인트, 기지국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타 센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위치를 파악합니다."

구글의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위치정보와 관련해 고지된 내용입니다. 기지국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위치를 파악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의미가 위치가 노출되는 게 싫어서 GPS를 일부러 끈 사람들의 기지국 정보까지 본사 서버에 전송한다는 의미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약관이 포괄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차라리 올해 초 기지국 정보를 전송받을 때, 이 정보가 어디에 활용되고 어떤 경우에 전송되는지 개인에게 명확하게 동의 절차를 받았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알고 전송하느냐 모르고 전송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휴대전화의 주인은 구글이 아니라 사용자 개인이기 때문입니다. 포괄적인 내용만 고지하고는 개인의 위치 정보와 관련한 걸 마구잡이로 수집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면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해야 할 부분은 안드로이드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다른 걸 선택할 대안이 있냐는 문제입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독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아이폰도 국내 시장 비중은 얼마 안 되고, 국내 업체가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사태에 화가 난 소비자들도 삼성, 엘지 전자가 모두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로 스마트폰을 만드니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려대 이경호 교수는 이번 기회에 "구글이 수집된 정보의 분량과 주기, 목적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말고 대안이 사라진 시대에 아쉬울 게 없는 구글이 이렇게 정보를 공개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조만간 구글 담당자를 불러 현행법 위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구글은 지난 2014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만들면서 와이파이망에 섞인 개인정보를 잘못 수집했다가 과징금 2억 1천여만 원을 낸 바 있습니다. 방통위의 이번 조사가 단순히 법 위반을 살펴보는 후속조치가 되기보다는, 구글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GPS 꺼놔도 전송…구글, 위치정보 '몰래 수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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