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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I 방역대응 허술…농식품부의 군색한 해명

[취재파일] AI 방역대응 허술…농식품부의 군색한 해명
농림축산식품부가 고병원성 AI 총력 방역체계 가동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한 것은 지난 20일 오전 10시이다. 김영록 장관은 기자실에서 미리 준비해온 보도자료를 읽은 뒤 일문일답을 했다.

주요 내용은 전북 고창 오리농장에서 전염력이 강한 H5N6형 고병원성 AI가 확진돼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격상하고 20일 0시부터 전국단위로 48시간 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하는 등 최고 수준의 방역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이동중지 명령’,‘최고수준의 방역조치’란 문구는 AI가 거의 매년 발생할 때 마다 되풀이돼 새로울 것이 없었다. 다만 전례 없이 신속한 조치라는 데에 관심이 갔고 이번만큼은 사전에 AI를 철저히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했다.

장관 브리핑을 듣고, 현장 상황이 궁금했다. 발표대로 정부의 조치가 잘 실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충남 서천 금강하구 거점소독시설 부터 찾았다. 이곳은 고창 오리농장에서 불과 52km 가량 떨어진 거리다. 또 전북에서 충남과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서해안의 길목이다. 사료차를 비롯해 축산관련 차량의 이동이 빈번한 곳이다. 게다가 매년 가창오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 수십만 마리가 월동을 하는 철새도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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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핵심 방역지점으로 평가를 받는 곳이다. 금강하구 둑 방역초소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쯤, 기대와 달리 소독시설은 가동되지 않았다. 방역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와 소독시설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일부 장비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상태였고, 콘크리트 바닥에 소독관을 매설하기위해 기계로 바닥을 절단하고 있었다. 현장 근무자 이야기는 오후2시나 돼야 소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고창의 상황은 더 어이가 없었다. 고창군 아산면과 서해안 고속도로 선운산 IC 근처 거점 소독소 두 곳을 오후3시쯤 찾아 갔다. 아산면 도로가의 소독시설은 겉으로 보기에 설치가 완료 돼 취재차를 이용해 소독시설안으로 진입했지만 소독약이 뿜어져 나오지 않았다. 소독시설 센서가 차량인식을 못한 것 같다는 현장 직원의 안내로 2차 진입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직원이 소독시설로 다가가서 점검을 한 뒤에야 소독약이 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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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선운산 IC 앞에 있는 거점 소독소는 오후 3시30분이 넘었지만 설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전기를 끌어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두 곳의 거점 방역소는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농장에서 10km안에 있는 곳이다. AI 바이러스 차단전선 가장 앞에 선 곳인데도 이동중지명령 발령이 내려진지 15시간이 지나도록 소독장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이곳을 지나간 사료차 등 축산관련 차량은 소독조차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한 현장 근무자는 (소독하려는)차들이 들어왔다가 전기가 안 들어와 (소독을 못하고) 그냥 나갔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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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농장 입구 방역초소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농장에서 200미터가량 떨어진 두 곳에 초소가 세워져 주민들로 구성된 근무자만 2인1조로 배치돼 있었고 차량용 분무 소독시설은 갖춰지지 않았다. 길바닥에 생석회 가루만 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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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령한 축산관련 차량, 사람 등의 이동중지명령은 바이러스 확산을 초기에 철저히 막기 위해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말고 소독을 철저히 하고 명령이 해제될 때까지 안전한곳에서 머무르라는 것이다. 명령발령상황에서 이동 중 이거나 가축의 치료나 사료공급을 위해 가축방역기관장의 승인을 얻어 부득이하게 이동해야하는 경우 관련 차량들이 소독할 곳이 바로 시.군별로 설치된 거점소독시설이다. 주로 새벽 시간대에 사료차 들이 운행하기에 거점소독시설의 가동은 효과적 방역을 위해 필수 조건인 것이다. 농식품부는 이동중지명령에따른 방역조치 내용에서도 거점소독시설을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동중지 명령만 내리고 늑장 소독..AI 방역대응 허술’과 관련한 SBS 8뉴스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냈다. 먼저 지난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특별 방역기간을 설정해 방역강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21일 현재 전국 88개 시·군·구 108개소에서 거점소독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 서천의 경우 이동중지 발령 3시간 전인 19일밤 9시쯤 설치업체에 연락을 해 20일 오전9시부터 소독시설 설치를 시작했고 오후 2시쯤 설치를 완료하고 24시간 운영 중에 있다고 주장했다.해명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일찍 서둘렀는데도 긴박한 상황에서 작업을 오전9시에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소독시설 설치작업에 5시간이나 걸려야 했는지도 납득이 안 간다. 하물며 처음 설치하는 것도 아니고 거의 매년 거점소독소를 운영했는데도 말이다. 또 취재진이 고창으로 이동을 하느라 사후 가동시간을 확인해보지 못했기에 오후 2시에 정말 설치가 끝나 방역이 가능했는지도 초소 근무자 외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농식품부는 또 AI 발생농장 진입로 통제소 두곳에 소독설비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지적은 인정하고, 22일 안에 소독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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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생농장에서 10km 방역대안에 있는 고창지역 거점 소독소 두 곳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왜 15시간이 지나도록 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여전히 궁금하다. 더군다나 고창은 철새도래지인 동림 저수지 주변 농장에서 14년에 10건, 16년에 1건, 17년에 6건의 AI가 발생할 만큼 취약지역이다.

농식품부 말대로 10월부터 특별방역대책을 추진해 왔다는데 어째서 거점소독소조차 늑장 설치할 수밖에 없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공허한 메아리로 그친 엇박자 행정은 아닌지?

정책에 대한 신뢰는 말과 행동이 함께 일치해야 생기는 것이다. 누구나 믿고 따를 수 있게 눈으로 볼 수 있는 실행력이 중요하다. 침착하고 신중한 준비를 바탕으로 신속한 조치, 투명한 정보공개와 쌍방향 소통이 신뢰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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