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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애 일으키는 '블랙 오로라' 비밀 최초로 규명했다

통신장애 일으키는 '블랙 오로라' 비밀 최초로 규명했다
'블랙 오로라'(오로라의 어두운 부분을 일컫는 용어)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기장의 비밀이 국내 핵융합 연구자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국가핵융합연구소(핵융합연)는 이관철 책임연구원이 핵융합 장치에서 발생하는 플라스마 현상 분석을 활용해 지구 이온층에서 발생하는 전기장 원리를 규명했다고 오늘(22일) 밝혔습니다.

블랙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관찰되는 오로라 중 어둡게 보이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인공위성이 지나갈 때 강한 전기장이 측정됩니다.

통신장애 원인이 되기도 하는 오로라의 신비로운 현상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1990년대 스웨덴의 인공위성에 의해 처음 측정 결과가 발표됐으나, 그 발생 원리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핵융합연 이관철 연구원은 오로라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기장 원리를 핵융합 장치에서 만들어진 초고온 플라스마 전기장 발생 현상과 동일한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의 4번째 상태입니다.

우주의 99.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융합 장치 안 초고온 플라스마의 가장자리 부분에는 이온화하지 않은 원자나 분자 상태 중성입자가 있습니다.

이 중성입자는 플라스마를 구성하는 이온과 충돌해 반응을 일으킵니다.

핵융합 장치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에 의해 나선운동을 하던 이온이 직선 운동을 하는 중성입자와 충돌하면서, 나선운동 축 위치가 변경됩니다.

이관철 연구원은 직접 개발한 '자이로 중심 이동분석법'을 적용해 중성입자와 이온 간 충돌에 따른 이온 위치 변경 때문에 플라스마 경계면에서 전기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핵융합 플라스마에서 이온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자이로 중심 이동분석법을 오로라 같은 자연 현상에도 적용해 봤습니다.

그 결과 블랙 오로라에서 나타나는 강한 전기장 역시 핵융합 플라스마와 마찬가지로 이온과 중성입자 간 상호작용 현상이라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아울러 적도 부근 고도 약 100㎞ 상공 지구 이온층에서 정오께 동쪽으로 발생하는 전류 현상인 '적도 고층전류'(Equatorial Electro Jet) 전기장(수직 방향) 역시 같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핵융합연 측은 덧붙였습니다.

이는 기존 플라스마 물리학의 기본 원리로 알려진 '준중성'(quasi-neutrality)이론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준중성은 '이온과 전자로 이뤄진 플라스마는 내부에 전기장이 생겨도 아주 작은 영역에서만 존재하고, 플라스마 전체적으로는 평형을 이루고 있다'는 원리입니다.

핵융합연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에 규명된 오로라의 전기장 현상은 이 원리와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보인다"며 "플라스마 경계 영역에선 준중성 원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관철 연구원은 "인공태양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 핵융합 장치는 우주와 유사한 초고온 플라스마 현상을 재현한다"며 "핵융합 플라스마 연구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오로라 같은 자연 현상에서 발생하는 물리법칙을 규명한 것도 흥미롭지만, 핵융합연구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 15일 플라스마 물리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직스 오브 플라스마'(Physics of Plasmas)에 실렸습니다.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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