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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이득' '더유닛' '보그맘'…이런 TV프로 제목 어떠세요?

방송 프로그램 제목이 갈수록 자유분방해지고 있습니다.

시대가 달라지고 대중의 언어습관이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외래어나 비속어 사용만이 문제가 됐지만, 어느 순간 급식체 인터넷체 이모티콘체 등 새로운 신조어와 표현이 일상의 대화를 점령하면서 방송에도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습니다.

방송가에서는 달라진 시대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방송의 공공성과 책임을 망각한 것이라는 지적이 맞섭니다.

JTBC2에서는 지난 8월부터 '개이득2'가 매주 수요일 방송 중입니다.

연예인의 중고물품 직거래 체험기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목 '개이득'은 엄청나다 많다는 뜻의 접두어로 쓰이는 비속어 개를 이득에 붙인 말로, 엄청난 이득을 뜻합니다.

TV조선은 12월4일부터 시트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방송합니다.

원래 제목은 '닭치고 스매싱'이었는데 최근에 변경했습니다.

주인공의 목표가 자신만의 치킨 브랜드를 세우는 것이라 처음에는 닭을 치다는 말을 응용한 '닭치고'로 정했던 듯한데, 그나마 그 단어는 바꿨습니다.

'스매싱'(smashing)은 강하게 때리기라는 뜻의 영어입니다.

MBC TV는 오는 27일부터 새 일일연속극 '전생에 웬수들'을 방송합니다.

'웬수'는 원수의 사투리입니다.

저마다 젊은 타깃층을 겨냥하거나 코믹한 드라마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작명이다.

개이득이나 웬수는 일상에서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 제목으로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입니다.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 김문호 과장은 19일 방송법을 보면 방송은 표준어 보급과 언어순화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개이득이나 웬수들 같은 제목은 방송 언어의 품격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한 홍보사 대표는 트렌드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그 시점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가는 표현이 있고, 그 표현을 써야 의미가 확실히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tvN은 22일부터 수목극으로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방송합니다.

'감빵'은 교도소에서 죄수를 가둬두는 방인 감방을 세게 발음해 쓴 표기입니다.

2012년 KBS 2TV가 드라마 내용을 반영했다면서 수목극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 남자'라는 제목을 붙였다가 한글학회 등 한글단체로부터 항의를 받고 방송 2회만에 제목을 '…차칸 남자'에서 '…착한 남자'로 바꾼 바 있습니다.

KBS 관계자는 드라마는 창작물이고, 제작진의 생각과 창작 정신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뉴스 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에서는 어느 정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비속어나 과도한 외래어 사용은 문제가 되겠지만 드라마의 내용을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의 경우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KBS 2TV 수목극의 제목은 '매드독'이고, MBC TV 금요 드라마 제목은 '보그맘'입니다.

'매드독'(mad dog)은 미친 개라는 뜻의 영어이고, '보그맘'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영어 사이보그(cyborg)에 엄마(mom)를 합친 조어입니다.

OCN에서는 '보이스'(voice) '터널'(tunnel) '듀얼'(dual) 등에 이어 현재는 '블랙'(black)이라는 제목의 주말극을 방송 중이다.

계속해서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쓴 제목의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KBS 2TV는 '더 유닛'(the unit)이라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프로그램에 붙는 수식어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idol rebooting project)로 다 영어입니다.

가요계에서 '유닛'은 아이돌 그룹을 다시 쪼갠 소그룹을 뜻하며, '리부팅'은 재시동이라는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김문호 과장은 방송은 남녀노소가 보는 매체인데 외국어의 남용은 공동체의 긍정적 소통에 걸림돌이 된다며 방송에서 아는 사람만 알아듣고,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된다는 식의 프로그램 이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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