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씨는 보험사에 자차 보험 보상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KB 손해보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는 "지진 특약에 가입하지 않아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씨는 결국 자비로 차량을 견인해 수리를 맡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견적이 700만 원도 넘게 나왔습니다.
취재 결과 KB손보는 자동차보험에 '지진소요위험 담보'라는 지진특약을 운영해오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어느 회사도 보장해주지 않던 지진 보장이었지만, 판매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KB 손보 관계자는 "지진 특약은 보험료가 2천 원 수준으로 위험도에 비해 낮게 책정돼 지난해 잠정 중단했고, 현재 적정 보험료와 재보험 등을 고려해 가격 재책정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5년 간 총 수입보험료가 약 1천만 원. 이 정도 보험료로는 차 한 대만 전손 처리돼도 5년 총수입이 다 날아가는 셈이어서 부득이하게 판매를 중단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지진 특약으로 들어오는 보험료 수익은 턱없이 작은데, 한번 지진이 나면 가입자들에게 내줘야 할 보험금 액수가 커 타산이 맞지 않아서였던 것입니다.
보험사도 민간 영역이고,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얼마든 경영 판단에 따라 상품을 없앨 수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진 특약을 없앤 시점이 석연치 않습니다. 지난해 9월 경주 지진 이후 화재보험 지진 특약을 포함해 지진 보험 가입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 보상을 받고 싶어 하는 수요자가 막 늘어날 무렵, 회사는 해당 상품을 없애버렸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보험사들이 화재보험 지진 특약 판매를 중단했다가 금융당국의 질타를 받은 뒤 판매를 재개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항 지진으로 40대 가까운 차량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 차량들은 보험을 통해선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합니다. 이들은 그저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없는 살림에 차량 수리비나 구매비를 짜내야 할 형편입니다.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천재지변이라는 이유로 1원 한 푼 보상받을 수 없는 보험 가입자들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것은 '경영판단'이라는 외피를 쓰고 '돈이 되는 장사'에만 집착하는 보험사들의 이런 모습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