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수치심 준 스타킹 테러범에 성범죄 적용 어려운 이유는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고 스타킹을 신은 여대생 다리에 상습적으로 검은 액체를 뿌렸다가 붙잡힌 30대 남성에게 적용할 혐의를 두고 경찰이 고민에 빠졌습니다.

평범한 가장인 A(35) 씨는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5차례에 걸쳐 부산대에서 치마를 입은 여대생 스타킹에 액체 구두약을 몰래 뿌리고 달아났습니다.

A 씨는 놀란 여대생이 구두약 액체가 묻은 스타킹을 여자 화장실 등에 버리면 들어가 스타킹을 가져나온 뒤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데 이용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A 씨는 "구두약을 뿌리면 여학생이 깜짝 놀라는 데 쾌감을 느꼈고 스타킹을 가지려고 미행했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물론 많은 여학생이 A 씨의 유사 성범죄에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또 다른 봉변을 당할까 봐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경찰은 A 씨의 범행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해당 혐의를 찾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또 스타킹에 액체를 뿌린 A 씨의 행위가 형법상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를 법대 교수에게 자문했지만 적용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A 씨가 화장실에 버려진 스타킹을 주웠기 때문에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애초 타인의 물건을 훼손한 재물손괴 혐의로 A 씨를 체포한 경찰은 법리 검토 끝에 A 씨에게 여자 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혐의(건조물 침입)만 추가한 상태입니다.

경찰은 A 씨를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성범죄 관련 혐의 적용 여부를 계속 검토한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16차례에 걸쳐 지나가는 여성 스타킹에 먹물을 뿌린 뒤 화장실에 버린 스타킹을 가져간 정 모(30) 씨의 경우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