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천13년부터 돌연 수수료를 절반가량 삭감해 교과서 정가의 3.8%로 낮췄습니다. 검인정협회의 올 매출액은 3천 29억원입니다. 공급 수수료율 3.8%를 적용하면 수수료 총액이 115억에 이릅니다. 기존의 수수료율을 적용할 경우 초등의 경우 14억 원, 중등의 경우 54억 원의 수수료가 삭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인정협회와 계약을 맺고 있는 130개 공급소들에게 돌아갈 몫이 그만큼 줄어든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령에서 삭제된 공급수수료 조항은 교육부가 2014년 고시한 '검인정도서 가격조정명령을 위한 항목별 세부사항'에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교육부는 가격자율화 첫해인 2013년 교과서 가격이 126%가량 폭등하자 감사원의 권고로 검인정도서 가격조정명령제를 도입하면서 가격조정 산정 기준으로 예전의 공급수수료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공급수수료율은 재료비, 개발비 및 개발비 이자를 제외한 인쇄,제조비,일반관리비, 그 밖의 경비, 출판사 이윤, 저작자 인쇄 및 도서개발 지원금을 합한 금액의 16분의 1로 하되, 초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경우에는 13분의 1로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검인정협회와 그동안 1년 단위로 계약을 해왔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이의 제기도 못 하고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또 수수료율을 쌍방이 자율로 정했다고 하지만 검인정협회의 일방적 통보였고, 협의나 협상 없이 제시됐다고 주장합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부당하다 하더라도 계약을 포기해 공급소 일을 그만두지 않는 한 어떻게 갑의 제안을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공급소를 그만둔 한 소장이 지난 2015년 검인정협회를 상대로 수수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급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공급수수료 규정이 있는 교육부 고시는 교육부 장관이 출판사에 대해 가격 조정 명령을 하는 경우 조정 금액 산정을 위한 기준일 뿐 공급수수료에 관한 법령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소와 상고를 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공급소장들은 소송에서 졌지만 법원 결정을 받아들 일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공급수수료 규정이 가격자율화 뒤 삭제됐다고 하지만 교육부가 고시에 다시 명시해 놨고, 국정교과서 발행사들의 경우 예전 수수료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초등학생 대상의 일부 국정 교과서 발행과 가격은 교육부가 결정한다는 점입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공급수수료는 깎지 않고 정상 지급하면서 가격자율화 명분을 내세워 검인정협회의 수수료 삭감을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교육부는 두 차례 가격조정명령제를 통해 출판사가 제시한 교과서 가격을 깎을 때도 산정기준에 있는 공급수수료 조항을 무시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까지 교과서는 전액 국가 예산으로 만들어집니다. 국민의 혈세가 잘 쓰여 지고 있는지,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 누군가는 부당한 이익을 누리지는 않는지, 또 그 과정에서 손해를 봐 억울한 사람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필 의무 또한 정부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