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돈줄 막히니…" 전세 보증금 높은 아파트 몸값 '상종가'

최근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전세금액이 높은 매물이 상종가를 치고 있습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금액이 줄어들면서 매수자들이 초기 자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격이 높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입니다.

근래 부동산 시장에선 전세금보다 월세가 많은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인기였습니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실질금리가 연 1%도 안되는 은행에 넣어놓는 것보다 연 4∼5%의 월세를 받는 것이 재테크면에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입주할 사람이 아니면 많은 투자 수요들은 여유자금이 있더라도 은행 대출을 최대치로 받는 대신, 월세 수익으로 이자를 충당하는 '레버리지' 방식의 재테크를 선호했습니다.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임대거래중 월세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그러나 8·2 대책 이후 상황이 확 달라졌습니다.

대출이 어렵다보니 일반 투자수요나 당장 실입주가 어려운 매수자들은 일단 전세 보증금부터 따진다는 게 일선 중개업소 사장들의 설명입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 같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각각 40%로 강화됐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이 1건 이상 있는 경우라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이 비율은 30%로 더 낮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매수자들은 초기 투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전세 보증금이 높은 매물을 먼저 찾습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89㎡의 경우 현재 매매가가 9억5천만∼9억7천만 원 선에 이릅니다.

매수자가 기존 대출이 없어 LTV를 최대 40%까지 적용받는다 해도 대출 가능금액은 최대 3억8천만 원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주택형의 전셋값은 4억7천만 원 선으로, 매수자 입장에서 전세금이 높은 주택을 사면 최대 1억 원 가까이 매입 금액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막히다 보니 요즘은 월세가 꼬박꼬박 나오는 집보다 전세금 높은 매물이 더 먼저 팔린다"며 "월세가 많고 보증금이 낮은 매물은 아무래도 후순위로 밀리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포·용산구 등 강북 도심권에서도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 보증금 높은 아파트를 골라 매수해 매입 주택수를 최대한 늘리는 전문 '갭투자족'이 굳이 아니더라도 1∼2년 뒤 입주할 잠재 실수요자조차 대부분 전셋값 비싼 매물부터 선호합니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인근 전용 80㎡ 아파트 매매가가 8억∼8억3천만 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3억2천만∼3억3천만 원인데 전셋값은 현재 5억5천만∼5억6천만 원으로 2억 원 이상 높다"며 "8·2 대책 이후 갭투자 수요가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갭투자를 원하거나 당장 입주가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보증금 높은 매물을 먼저 찾는다"고 말했습니다.

용산구 한남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최근 한남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지에 투자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대출이 안돼 매수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월세가 있어 보증금이 낮은 주택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한 때는 집을 사서 전세를 월세를 돌리겠다는 매수자들도 많았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대출 규제 강화가 바꿔놓은 신 풍속도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