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3세를 맞은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을 준비가 됐다며 자신을 후계자로 지명할 것을 요청했다고 5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그레이스는 이날 수도 하라레 체육관에서 열린 토착 교회 행사에서 "무가베 대통령에게 내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스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두려워 말고 내게 대통령직을 주고 싶으면 자유롭게 그렇게 하도록 권유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짐바브웨 집권 여당 내부에서는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무가베 대통령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큰 인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전날 무가베 대통령은 음난가그와 부통령이 12월 열리는 당 특별회의를 앞두고 지지를 얻기 위해 파벌을 부추기고 있다며, 그를 파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레이스는 여성도 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당에서 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레이스가 음난가그와 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고 결국 대통령직까지 물려받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음난가그와는 2014년 부통령에 임명돼 쫓겨난 조이스 무주루 전 부통령의 자리를 메웠다.
당시 부통령이던 무주루는 대통령을 실각시키려 한다는 그레이스의 정치 음모에 휘말려 퇴진했다.
그레이스는 음난가그와 부통령에 대해서도 1980년 짐바브웨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당시 쿠데타를 계획했다는 등 과거 전력을 문제 삼고 나섰다.
짐바브웨를 37년 동안 통치해온 무가베 대통령은 후계자 지명을 거부하고 내년 열리는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뜻을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이 2018년 선거에서도 승리할 경우 5년 더 집권하게 돼 99세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