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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총리, '기수 논란' 아프간 난민 소년 초청해 국기 선물

국경일 행진에 학교를 대표해 국기를 드는 기수로 선정된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의 집이 한밤중에 공격을 받아 그리스가 발칵 뒤집힌 가운데 그리스 총리가 이 소년을 만나 국기를 선물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4일 아테네의 총리실로 아미르(11)를 초청해 집무실을 구경시켜주는 등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를 따뜻하게 보듬었다.

가족들과 아프간을 탈출해 18개월째 아테네에 거주하고 있는 아미르는 지난 달 28일 열린 그리스 '민족자긍일' 행진에 다니고 있는 아테네 학교를 대표하는 기수로 뽑혔으나, 우여곡절 끝에 기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학교 이름이 적힌 푯말을 들고 행진에 나섰다.

이후 그가 가족들과 함께 사는 아테네의 한 아파트가 지난 3일 새벽 3시께(현지시간)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하는 일이 벌어져 그리스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총리실에 동행한 소년의 어머니는 범인들이 당시 아이들 3명이 자고 있는 방의 창문을 깬 뒤 '그리스를 떠나라'고 적힌 경고 문구가 담긴 쪽지를 던졌으며, 돌과 유리병이 계속 날아들었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한밤중에 벌어진 갑작스러운 소동에 놀라 공포에 질린 채 울음을 터뜨렸다고 소년의 어머니는 덧붙였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아미르를 만난 자리에서 그리스 국기도 선물로 전달했다.

그리스 국영 ANA통신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아미르에게 "네가 그날 기수로 행진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선물로 그리스 국기를 주겠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소년과의 만남이 종료된 이후 트위터에 "일부 사람들이 아미르에게 국기를 들고 가는 영광을 빼앗았다"며 "아미르가 우리의 원칙과 가치를 기억하고, 지키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에게 국기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리스 사법 당국은 이번 공격이 아미르가 '민족 자긍일' 행진에 학교를 대표해 기수로 선정된 일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당국은 극우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비롯한 극우 단체들이 국경일 행진에서 그리스 국민이 아닌 사람들이 그리스 국기를 드는 것에 강하게 반대해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황금새벽당 지지자들은 지난 달 28일 산토리니 섬에서의 국경일 행진에서 알바니아 소녀가 기수로 참여한 것에 반발하며 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리스 교육부도 아미르가 왜 당초 정해진 대로 기수로 나서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별도의 조사에 착수했다.

아미르는 추첨을 통해 당시 행진에 그리스 국기를 들고 행렬의 선두에 서는 기수로 뽑혔으나, 학교 측의 조치로 그리스 국기 대신에 학교의 이름이 적힌 푯말을 들고 행진에 참여했다.

2010년 금융위기로 구제 금융에 들어간 뒤 혹독한 긴축을 시행하고 있는 그리스에서는 2014년부터 대량으로 유입된 난민들에 대한 인종 공격도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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