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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M-SAM 버리고 SM-3에 집착…바른 선택인가

[취재파일] M-SAM 버리고 SM-3에 집착…바른 선택인가
국산 중거리 요격 체계 M-SAM(천궁)이 풍전등화의 위기입니다. 국방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잇따라 M-SAM을 비하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M-SAM은 오래되고 낡은 무기여서 돈이 아까울 정도라는 겁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M-SAM을 만들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것 같습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M-SAM을 불신하면서 동시에 해군용 요격체계인 미국의 SM-3를 노골적으로 밀고 있습니다. 송 장관의 M-SAM 폄하와 SM-3 도입 주장 사이에는 방어적 전술에서 공세적 전술로의 전환이라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M-SAM은 오래되지도 낡지도 않은 첨단 무기체계입니다. 최신형 국산 무기로 9천억 원을 투자해 올해 막 성공적으로 개발을 끝냈고 지금 양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도 40km 이하에서 KN-02, 스커드, 노동 기본형까지 요격할 수 있는 성능을 보여줬습니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의 핵심 중추입니다.

송영무 장관은 공세적 전술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M-SAM을 버리고 SM-3를 노래합니다. 차기 이지스함의 SM-3는 공격 무기가 아니라 초고가의 방어 무기입니다. 말의 앞뒤가 틀어져도 한참 틀어졌습니다.

● M-SAM 없이 KAMD 없다!
M-SAM 발사 장면
M-SAM은 당초 2021년까지 전력화를 마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개발 성과가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스커드와 노동 등 북한 중단거리 미사일의 탄두와 낙하 속도를 그대로 본뜬 표적탄을 대상으로 한 요격 시험에서 100% 성공을 기록했습니다. 6년의 연구 개발 끝에 지난 6월 전투 적합 판정이 떨어졌습니다. 전투 적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요격 시험에서는 하루에 4발 쏴서 표적탄 3발과 무인 표적기 1대를 모두 요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AMD 구축이 시급한 군은 M-SAM 전력화를 2019년으로 2년 앞당겼습니다. 한 요격무기 전문가는 “M-SAM이 요격 시험에서 북한의 KN-02, 스커드 등 단거리 미사일과 노동 중거리 미사일 중 기본형 요격 능력을 완벽하게 보여줬다”며 “세계적으로도 4개국 정도가 개발한 첨단 무기 체계를 노후 무기라고 말하는 근거와 의도를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M-SAM은 KAMD의 중추입니다. 군은 M-SAM 10개 미만 포대, 요격 미사일 500발 정도를 전력화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들여올 패트리엇 팩-3 요격 미사일과 기존 요격망의 주력인 패트리엇 팩-2 요격 미사일을 합쳐야 M-SAM 정도입니다. KAMD의 중하층을 맡을 전력인데 이 가운데 M-SAM이 양과 질에서 모두 압도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만 800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외 정보기관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국방장관 의도대로 M-SAM이 빠지면 북한 스커드 800발을 팩-2가 주력인 패트리엇 500발로 요격해야 합니다.

M-SAM 없이는 요격 미사일 1발로 스커드 2발 가까이를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대북 요격망에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또 북한의 대남 공격용 미사일은 스커드만이 아닙니다. 단거리 KN-02와 중거리 노동도 있습니다. 각각 수백 발입니다. 1발로 3~4발 요격하는 신기(神技)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국산 장거리 요격 체계 L-SAM이 있습니다. 그런데 갓 개발에 착수해서 2020년대 초반에야 전력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L-SAM 사업은 규모도 작습니다. M-SAM의 절반입니다. 요격 미사일이 200발 미만입니다. 지금같은 분위기라면 L-SAM도 성치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작권 환수의 기본 조건 중 하나가 KAMD 구축입니다. 전작권 포기하고 미군에 의한다고 해도 사정은 답답합니다. 요격미사일 48발 짜리 주한미군의 사드(THAAD) 1개 포대, 그리고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들을 합쳐도 M-SAM이 전력에서 이탈하면 북한의 대남 공격용 미사일 1발에 요격 미사일 1발이 안됩니다.

적 미사일이 1발이면 요격 미사일은 최소 2~3발 갖춰야 합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북한 미사일 몇 발은 불가피하게 맞아야 한다지만 지금 정부의 뜻대로라면 그 ‘몇 발’은 수십~수백 발이 될 수도 있습니다.

● 공세적 전술에서 SM-3의 역할은 없다!
SM-3 발사 장면
송영무 국방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공격적인 군대를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막느라 애쓸 것이 아니라 먼저 파상 공격을 해서 전쟁을 단기간 내에 끝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대놓고 마케팅하는 무기체계가 미국의 SM-3입니다. 2023년부터 전력화되는 차기 이지스함에 SM-3로 무장하겠다는 말입니다.

SM-3를 무장한 이지스함은 공세적 전술과 관계 없는 방어 무기입니다. SM-3는 적 미사일을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중간 단계는 미사일이 발사돼서 최고점을 찍기 전후의 지점입니다. KAMD는 중간 단계를 지나 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 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을 잡겠다는 계획입니다. 송 장관 말은 KAMD를 확장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맹점이 있습니다. 한반도는 종심이 짧습니다.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려고 해도 미사일을 탐지, 식별, 추적해서 요격을 결심하는 데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아차 하는 순간 북한 미사일은 종말 단계의 요격 고도 밑으로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하물며 종말 단계보다 훨씬 일찍 닥치는 중간 단계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기에 한반도는 너무 좁은 땅입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 분석관은 “SM-3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게다가 SM-3는 동해의 이지스함 위에서, 내륙을 남북으로 비행하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해야 합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내륙에서 날아가는 미사일을 옆에서 요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넌센스”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해군은 "옆에서 쏴야 잘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이나 중국에서 미 본토 또는 괌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은 중간단계까지도 시간이 넉넉해서 요격할 여유가 충분합니다. 그래서 우리 해군이 SM-3를 도입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MD에 한국이 편입한다”며 사드 배치 때 이상의 반발을 할 것이 뻔합니다.

● 차기 이지스함, 무엇을 위한 함정인가

송영무 장관은 이번 국감에서 “M-SAM 양산 비용 1조 얼마 정도 되는 돈이 너무나 아깝다”, “공세적 작전을 생각했을 때 M-SAM의 투자 대비 효과가 너무 작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세적 전술을 확립하고 싶은데 돈이 모자라니 M-SAM을 접고 그 돈으로 대북 타격 수단을 사겠다는 뜻입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에 “대도시가 즐비한 우리나라는 보호할 표적이 너무 많다”, “많은 역량을 방어에 투입하는 것이 맞는 전술”이라며 반대했습니다.

북한 스커드 요격에 최적화된 M-SAM을 원래 계획대로 양산하는 대신 한반도 전장 환경에 맞는지도 불명확한 방어 무기인 SM-3를 포기하고 그 돈으로 공격 무기 사면 어떨까요? 사드의 요격 미사일이 비싸다고 말이 많았는데 SM-3 요격 미사일는 사드 보다 훨씬 비쌉니다. 아예 SM-3 장착할 차기 이지스함 짓지 말고 그 돈으로 전투기, 미사일 사는 편이 북한 미사일을 막으면서 공세적 작전 펴는데 훨씬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차기 이지스함은 북한의 연근해 해군과 맞붙을 전력이 아니라 장차 우리 해군이 대양으로 나아갈 때를 대비하는 전력입니다. 차기 이지스함은 대양 해군의 꿈에는 안성맞춤이지만 북한 미사일 요격, 대북 공격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낭만적인 해군의 꿈보다 현실적인 북한 미사일 방어가 급합니다. 송영무 장관은 국방부 장관이지 해군 장관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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