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기억 안 나?"…과음 후 '블랙아웃' 그 이유는?
술을 많이 마시면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럴 때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데 의학용어로는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합니다. 블랙아웃은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인 해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독소가 새로운 기억의 저장을 방해하는 겁니다.
에탄올은 기억을 입력하는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면서,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활동도 멈추게 됩니다. 이로 인해 뇌의 신경 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우리는 뇌에 기억을 저장할 수 없는 '필름이 끊긴' 상태가 되는 겁니다.
■ 술자리 기억은 없는데, 내 발로 집에 돌아왔다?
기억을 잃은 만취 상태에서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뇌에는 새로운 기억인 단기 기억과 오랜 시간 반복된 장기 기억이 저장됩니다. 과음으로 잃어버린 기억은 새롭게 저장된 단기 기억이지만 이미 뇌에 입력된 장기 기억은 술을 마셔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술을 마시고 생기는 블랙아웃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뇌 손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에탄올로 인해 해마의 기능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하지만, 필름 끊기는 일이 반복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겨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블랙아웃 등 술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술을 마시기 전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에서 바로 흡수돼 더 빨리 취하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소주 1병(360mL)의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4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과음하지 말고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알코올로 손상된 간이 회복하는 데는 3일 정도 걸리므로 최소 3~4일 이상 간격을 두고 술자리를 갖는 게 좋습니다. 술자리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뇌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