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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어제 어떻게 왔지?" 필름 끊긴 나를 집에 데려다준 건 '뇌'?

[라이프] "어제 어떻게 왔지?" 필름 끊긴 나를 집에 데려다준 건 '뇌'?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작성 2017.11.03 16: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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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라이프] "어제 어떻게 왔지?" 필름 끊긴 나를 집에 데려다준 건 뇌?
술을 즐겨 마시는 30대 직장인 류 모 씨의 별명은 '귀소본능(歸巢本能)'입니다. 귀소본능이란 살던 곳에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돌아오는 성질을 말하는데요, 술자리에서 필름이 끊기거나 물건을 잃어버린 날에도 집에는 꼭 들어가기 때문에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귀소본능술을 마시고 기억을 통째로 잃었는데도 다음날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잠이 깨 놀랐던 경험 있으실 겁니다. 또는 생각지 못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후회한 기억도 있으실 텐데요, 이 모든 게 뇌의 작용 때문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술을 마시면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봤습니다.

■ "어제 기억 안 나?"…과음 후 '블랙아웃' 그 이유는?

술을 많이 마시면 어느 순간부터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럴 때 "필름이 끊겼다"고 말하는데 의학용어로는 '블랙아웃(Blackout)'이라고 합니다. 블랙아웃은 뇌에서 기억을 관장하는 기관인 해마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독소가 새로운 기억의 저장을 방해하는 겁니다.

에탄올은 기억을 입력하는 수용체의 활동을 차단하면서, 뇌의 신경 세포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루타메이트라는 신경전달 물질의 활동도 멈추게 됩니다. 이로 인해 뇌의 신경 세포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저장되지 않고, 우리는 뇌에 기억을 저장할 수 없는 '필름이 끊긴' 상태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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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 뇌에서 일어나는 일 //김영보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SBS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술을 마시면 해마에 이상이 생겨 기억의 정확도가 떨어지게 되고 과음하면 기억을 통째로 잃는 블랙아웃 현상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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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보 /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해마는 새로운 기억에 이름표를 붙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해마는 다른 뇌 기관보다 술에 취약해 과음하면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 심하면 블랙아웃까지 가는 것이죠." //김 교수는 "다만 윤리적 측면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술과 뇌의 작용을 확인하는 실험은 할 수 없기 때문에 해부학적 요소 등을 고려해 추정한 결과"라고 덧붙였습니다.

■ 술자리 기억은 없는데, 내 발로 집에 돌아왔다?

기억을 잃은 만취 상태에서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뇌에는 새로운 기억인 단기 기억과 오랜 시간 반복된 장기 기억이 저장됩니다. 과음으로 잃어버린 기억은 새롭게 저장된 단기 기억이지만 이미 뇌에 입력된 장기 기억은 술을 마셔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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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의 차이 ? 컴퓨터로 설명//컴퓨터에 대입해 생각하면 술 마시고 잃어버린 단기 기억은 저장 버튼을 누르기 전에 날아간 문서로 볼 수 있고, 장기 기억은 오래전에 저장하고 백업까지 해 둔 문서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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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보 /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내가 사는 집 주소라던가 부모님 전화번호, 친구들 이름은 장시간 반복된 장기 기억입니다. 이런 종류의 기억은 이미 대뇌 전반에 퍼져 있어서 술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 단기 기억을 잃어도 집에 돌아올 수 있는 이유는 장기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 ■ 블랙아웃 예방하려면 이것만은 지키자!

술을 마시고 생기는 블랙아웃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뇌 손상 가능성 때문입니다. 초기에는 에탄올로 인해 해마의 기능에 일시적인 문제가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하지만, 필름 끊기는 일이 반복되면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겨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블랙아웃 등 술로 뇌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술을 마시기 전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위에서 바로 흡수돼 더 빨리 취하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소주 1병(360mL)의 알코올이 분해되는데 4시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과음하지 말고 천천히 마셔야 합니다.

알코올로 손상된 간이 회복하는 데는 3일 정도 걸리므로 최소 3~4일 이상 간격을 두고 술자리를 갖는 게 좋습니다. 술자리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체내 알코올 농도를 낮춰 뇌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 됩니다.
블랙아웃 예방법(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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