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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 안 간 인터넷 기사 탓" 막말 살해범에 재판장 '호통'

"도망 안 간 인터넷 기사 탓" 막말 살해범에 재판장 '호통'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고도 피해자 탓을 하는 등 진정성 있게 반성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2일 오후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1부(정택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인터넷 기사 살인사건 1심 선고 재판에서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 권모(55)씨를 엄하게 꾸짖었다.

정 부장판사는 권씨의 범행 동기는 물론 재판에 임하는 자세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을 질책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인터넷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단계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권씨를 나무랐다.

권씨는 범행 직후 검거된 뒤 "숨진 인터넷 기사가 달아날 기회가 충분히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아 살인사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고도 피해자가 사건 발생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강변한 것이다.

권씨는 재판 초기에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난 8월 10일 열린 첫 재판에서 권씨는 "범행 당시 상황 일부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선고 공판에서 정 부장판사가 줄곧 이런 태도를 지적하며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권씨는 제대로 고개도 들지 못했다.

정 부장판사는 "타인의 존엄한 생명과 이를 존중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존하기 위한 기초 의무"라며 중형 선고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 초기까지 피해자 탓을 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던 권씨는 선고일이 다가오자 태도를 바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재판에서는 변을 당한 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오열하는 인터넷 기사 딸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권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로 인해서 생을 마감한 피해자분께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에는 뒤늦게 반성문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권씨의 태도 변화는 판결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재판부는 이날 권씨에게 검찰이 구형한 것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법정에서 선고 결과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으나 슬픈 속내는 그대로 묻어났다.

인터넷 기사 딸은 "어제가 아버지의 생일이었다"며 "가족이 모여 살아생전 아버지에 관해 얘기했는데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유족은 "재판부가 죄를 엄벌한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묻지 마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씨는 지난 6월 16일 오전 11시 7분께 인터넷 점검을 위해 자신의 원룸을 찾아온 수리기사 A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권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A씨는 아내와 80대 노모, 대학교에 다니는 2명의 자녀와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화목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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