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 페루 선발대회 결선 참가자들
"리마 대표인 카밀라 카니코바입니다. 제 사이즈는 2천202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9년간 살해된 것으로 보고된 여성의 수입니다."
페루에서 열린 미인대회 참가자들이 자신의 신체 사이즈 대신 여성폭력과 관련한 통계를 발표해 경종을 울렸다고 연합뉴스가 외신을 인용해 전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1일 엘 코메르시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페루 수도 리마의 한 극장에서 열린 2017 미스 페루 선발대회 결선에 오른 23명은 미인대회의 오랜 전통을 깼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자기 소개를 하면서 가슴, 허리, 엉덩이 등 자신의 신체 사이즈를 알리는 대신 여성폭력과 관련한 통계를 나열한 것입니다.
한 참가자는 "성 착취 탓에 10분마다 여성 한 명이 숨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이는 "페루 여성의 70% 이상이 길거리 성희롱의 피해자"라고 전했습니다.
여성미를 만끽하려던 관중들과 시청자들은 성폭력, 여성 혐오 살인, 길거리 성희롱, 성추행 등과 관련한 수치를 나열하는 참가자들의 발표에 숙연해졌습니다.
대회 조직위원회도 참가자들이 통계 수치를 발표할 때 주요 여성 혐오 범죄 뉴스를 배경 화면에 노출하는 방식으로 거들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취미나 포부 등과 같은 가벼운 질문 대신 여성폭력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질문받기도 했습니다.
카야오 주를 대표해 출전해 미스 페루로 선발된 로미나 로사노는 "살인 등 모든 여성폭력 가해자의 이름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겠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달 중 리마에서 여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행진을 이끌 계획입니다.
제시카 뉴턴 조직위원장은 "각 지역 대표들이 공개적이고 실제적인 여성폭력과 관련한 수치를 제시했는데, 페루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심히 걱정스럽다"며 "불행히도 많은 여성이 자신들이 당한 일들이 독립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스 페루 선발대회 예선에 참가한 150명 중 5명도 성폭행 등 여성폭력의 희생자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