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기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최근 불거진 성추행 의혹을 사과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힌 것을 두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페이시는 지난 29일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자신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했다.
최근 동료 배우 앤서니 랩이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인터뷰에서 14세이던 1986년에 당시 26세였던 스페이시가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스페이시의 이러한 대응을 놓고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와 그와는 무관한 성 정체성 문제를 뒤섞어 성추행 의혹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운동가 피터 탯셸은 지난 수십 년간 성 정체성을 숨긴 스페이시가 하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시점에 커밍아웃한 것은 비극이라면서 특히 그의 성 정체성과 부적절한 행동을 뒤섞은 것은 더욱 나빴다고 지적했다.
성 소수자(LGBT,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LGBT 권익 단체인 '스톤월' 관계자는 "보통은 유명인사들이 커밍아웃하면 우리는 신속하게 축하를 하고 역할모델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 한다"면서 "하지만 케빈 스페이시가 지금처럼 특수한 때를 커밍아웃 시점으로 선택한 것은 LGBT 사회에 해롭다"고 밝혔다.
최근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고발한 배우 중 한 명인 로즈 맥고언은 스페이시가 커밍아웃으로 성추행 의혹에 쏠리는 대중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는 견해를 시사하면서 그와 관계를 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배우 겸 코미디언인 빌리 아이크너도 트위터에 스페이시의 성명은 "역겹고,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스페이시의 대응을 "역겹다"고 일갈한 연예전문지 베니티페어의 영화 평론가 리처드 로슨의 트위터 글은 3천번 이상 공유됐다.
스페이시는 미국의 정치 드라마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에서 미국 대통령 프랭크 언더우드로, 1995년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에서는 충격적 반전의 열쇠를 쥔 캐릭터 '카이저 소제'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연합뉴스/사진=케빈 스페이시 트위터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