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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3초 안에 대답 안 해? 보고서 200장"…공기업 갑질에 성추행까지

[뉴스pick] "3초 안에 대답 안 해? 보고서 200장"…공기업 갑질에 성추행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들에게 성추행 및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31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종합감사에서 산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사례를 들며 조직 문화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박정 의원이 제공한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5월 KTL에 입사한 20대 여직원은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직원 A 씨는 남자 상사로부터 "허벅지에 힘이 있어서 애는 잘 낳겠네" "유부남과 사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사는 A 씨에게 자신의 목에 넥타이를 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A 씨는 "그런 얘기 하시면 큰일 나요" "사모님께 말 하세요" 등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은 이어졌습니다.

가해자는 특정 행위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일부 도를 넘어선 부분에 대해 실수를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입사 두 달도 되지 않아 사직서를 제출했고 가해자는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3달 후에도 똑같은 센터에서 또 다른 여성이 성희롱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최근 지방 모 대학 교수로 임용된 전직 KTL 남성 직원은 이 여직원 B 씨에 "나와 결혼 하자" "평생 보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고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학업에만 열중한다'는 계약서까지 쓰게 했습니다.

"남자친구와 잤냐"고 물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나랑 사귀자. 내가 잘해줄게" 등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해자는 공기업 자체 감사 전 자진 퇴사 형식으로 징계를 피했고, 최근 지방 모 대학 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직무이동을 실시한 후에도 우울증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가해자는 SBS와 통화에서 "경찰 조사에 증거물도 다 제출하고 충분히 내 의견을 소명을 했다"며 "법에 견주어 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성희롱뿐 아니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가혹 행위도 일어났습니다.

2015년 10월에 입사한 30대 남성 C 씨는 상사 여러 명으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했습니다.

한 상사는 C 씨가 잘못을 할 때마다 스스로 머리를 때리게 시켰습니다.

하루 200대 넘게 자신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고 이후 후유증으로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수를 하면 벌금을 내게 해서 하루에 많게는 56만 원까지 벌금을 냈고 한 달 동안 총 208만 원의 상식 밖의 벌금을 지불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른 상사는 주말에 전화통화를 하다가 B 씨가 대답을 3초 만에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고서 양을 200장에서 400장으로 늘리는 부당지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해자들은 감사 과정에서 이같은 부당행위를 인정했습니다.

박 의원은 "조직 수장부터 내부 직원들에게 '조직 내부의 일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 보니 조직이 점점 썩어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또 "옴부즈맨 제도나 신문고 제도 등 내부 감시제도가 제대로 정착해야만 건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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