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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쉽게 살빼는 약? "오해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일부 의원들…식욕억제제 안전 사용하려면

유덕기 기자 dkyu@sbs.co.kr

작성 2017.10.31 13:16 수정 2017.10.31 14: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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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능이 코 앞인데요.  수능이 끝나면 수험 기간 동안 찐 살을 빼고 싶어 이리저리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빠르게,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난 '식욕억제제'의 존재를 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취재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던 2,30대 여성 6명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식욕억제제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식욕억제제는 배고프다는 생각자체를 감소시키고 포만감을 증가시킵니다. 인터넷상에서 "눈사람약, 아령약, 리본약" 등의 은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식욕억제제 가운데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칠프로피온, 마진돌 성분들은 주의해 처방받고 복용해야 합니다. 향정신성 의약품 - 마약류이기 때문입니다. 의존성이나 내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 성분 약제들은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해 가슴 두근거림과 혈압상승, 가슴 통증, 불안감, 눈앞이 흐려짐,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이지만 소비가 많고, 유통량도 계속해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지 않아 누가 소비하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어 오남용이 계속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송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실제 부작용 보고건수는 지난 2012년 6건에서 지난해 325건으로 최근 5년 동안 60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지난 2015년과 16년에는 사망 보고가 모두 4건이 있었습니다 (병용약물, 기저질환 등이 함께 보고된 건).

식약처는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식욕억제제 가이드라인>을 발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는 지침일 뿐입니다. 다음은 약 처방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한 가이드라인의 일부입니다.

"식욕억제제는 식사, 운동 및 행동수정 등 체중감량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체중질량지수(BMI)가 30 이상' 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27 이상인 비만 환자에서 칼로리 제한을 기본으로하는 체중감량의 단기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였습니다."
<식욕억제제 가이드라인-전문가용 中>
 
체중질량지수 30은 어느 정도일까. 20대 한국인 여성 평균키 161cm (2016년, '제7차 한국인 인체치수 조사' 中  20대 여성 표준신장)에 적용해 따져봤습니다. 77.8Kg가 넘어야 30이상 지수가 나옵니다. 제가 취재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눈 식욕억제제를 복용했던, 혹은 복용하고 있는 여성 6명은 모두 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살을 빼기 전에도 말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쉽게 병원에서 식욕억제제 처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 역시 방문한 병원 세군데에서 모두 역시 체질량 지수에 상관없이 요구하는 대로 처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몸무게라도 측정한 병원은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투여기간은 4주 이내로 투여하고, 다만 만족할 만한 체중감량이 있을 경우 4주 이상 복용이 가능하지만 3개월을 넘으면 안 됨. 이 경우 장기간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폐동맥 고혈압, 심각한 심장질환 등) 발생 위험이 증가함"
<식욕억제제 가이드라인-전문가용 中>

이런 복용 기간에 대한 권고는 잘 지켜지고 있는 걸까요. 대부분 의사 진료 한번마다 2주치 처방을 받았으며 2달 넘게 처방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8시뉴스 리포트를 통해 부작용을 토로한 20대 초반 여성은 의사로부터 무려 6개월 넘도록 연속적으로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습니다.

이 여성은 대학교 1학년 때 키 166cm에 몸무게 64kg 정도까지 살이 쪘다고 합니다. 이른바 비만 클리닉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6개월 동안 약 12kg을 감량했습니다. 이 약 가운데 식욕억제제가 있었습니다. 복용기간 내내 두근거림과 불면증을 겪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먹을 생각이 사라지고 살이 쉽게 빠져 그쯤은 신경쓰지 않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이 여성은 첫 복용기간인 6달 동안 약을 먹으며 의존성과 내성이 생기는 걸 경험했습니다.

"음식을 먹기전에 이걸 먹지 않으면은 제가 조절이 안될 것 같은거에요. 어느 정도 먹어야할지도 모를 것 같고 그래서 저도 모르게 그냥 무조건 일어나자마자 먹고 시간마다 꼭꼭 챙겨먹었어요."

"효과도 좋고 살도 잘 빠졌는데…제가 6개월 때 그만 억었던게 효과가 더 이상 없더라고요. 식욕도 돌아오는 것 같고 그래서 그만뒀어요"


약을 끊으니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석달만에 다시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내성이 생겨 약 효과는 떨어졌습니다.대신 자해 충동까지 치달은 극심한 부작용이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연락도 안하고, 연락이 와도 먼저 피하고. 효과가 떨어져서 살이 조금 쪘을 때니까(참고: 약 복용 쉬는 동안 3Kg 증가) '아 얘네들이 내가 식욕억제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거 알면 어떡하지' 하는 피해망상도 들고. 한 달 동안은 아예 집 밖 자체를 아예 안나갔었어요. 너무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지고 급기야는 자해를 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이 여성은 결국 부모의 권유에 따라 정신과 진료와 상담치료를 통해 부작용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Q. 식욕억제제, 먹다 중단하면 다시 체중이 늘게 되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가 중단한 후에 체중이 예전의 체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따라서 약물치료를 중단한 후 다시 살이 찌지 않으려면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 습관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식욕억제제로 살이 빠진 상태를 유지하려 하면 비만보다 훨씬 무서운 부작용 (치명적인 폐동맥 고혈압, 심각한 심장병, 의존성, 불안, 초조, 불면, 흥분상태, 정신분열증과 유사한 정신이상 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식욕억제제 가이드 라인 - 일반인용 中>

이런 부작용 위험이 있는 식욕억제제 처방을 둘러싼 심각한 문제는 현재 시스템상 중복 처방을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취재진은 2주치 식욕억제제를 병원 3곳에서 같은 날 받았지만 어떠한 의심도 사지 않았습니다. 이는 식욕억제제가 건강보험 지원을 받지 않아 약 처방 기록이 사실상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의사가 처방을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다해도 복용량과 복용기간 모두 약처방을 받은 사람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겁니다. 

식욕억제제 오남용은 지나치게 마른 몸매에 대한 비정상적인 선호와 함께 1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식욕억제제에 대한 적절한 처방과 복용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금까지 사실상 없습니다. 식약처는 이런 향정신성 의약품을 내년 중순 경 본격 운영하게 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시간 마약류 약들의 처방과 유통이 감시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2차례 시범사업을 거친 상태입니다.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느낀 건 적절한 복용대상에 대한 처방과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만난 6명의 여성 가운데 절반 정도만 의사로부터 '부작용' 위험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송석준 의원실에 따르면,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여성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병원에서 식욕억제제 처방전 키와 몸무게를 측정한 경우는 10번 중 4번에 불과했고, 절반은 부작용에 대한 제대로된 설명조차 듣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수능 직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을 진행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남녀 학생 모두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순간이니 더더욱 말입니다.

다음은 식욕억제제 가이드 라인이 첨부돼 있는 ▶ 식약처 홈페이지 링크(https://goo.gl/wGSDL1)입니다. 식욕억제제를 처방받고 싶거나, 처방받았다면, 이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며 약의 장단점을 파악하길 바랍니다. 또 내가 꼭 먹어야 하는 약일지 다시한번 잘 생각한 뒤, 체질량지수 측정을 거친 뒤, 의사의 상담을 받고 복용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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