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염병처럼 퍼지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미 정부가 전국에 걸쳐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건 2010년 이후 7년 만입니다.
하지만 이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비상사태'보다는 한 단계 후퇴한 조치여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26일 백악관에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오피오이드는 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합성 진통·마취제로, 미국은 오피오이드가 포함된 처방 진통제 남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관절통이나 치통처럼 다양한 진통에 처방되면서, 지난해 6만4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매일 140명 이상이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해 "국가의 수치이자 인간의 비극"이라며 "중독 종식을 위한 미국 전체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됨에 따라 앞으로 연방기관들은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에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하게 되며, 중독자들의 치료 방법도 확대된다고 미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사태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공언했던 터라, 이번 조치가 기대보다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행정명령을 통해 백악관에 오피오이드 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이 위원회는 실태 조사를 거쳐 오피오이드 중독에 대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촉구했습니다.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치료 방법 개선과 신속한 조치를 위한 연방정부의 긴급자금 지원, 각종 규제 및 제재 해제 등이 가능하지만,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로는 연방정부의 추가 자금 지원을 끌어낼 수 없다고 CNN 방송은 설명했습니다.
ABC 방송은 "이번 조치는 기존 약속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오피오이드 사태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으로 경합주인 뉴햄프셔 경선 승리를 낚아챘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