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3년 만에 발행하는 달러화 국채에 해외 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 2기 경제 정책 구상에 순풍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26일 블룸버그 통신,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가 이날 20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 국채에 대한 주문 접수를 시작하자 한 시간 만에 100억 달러 이상 수요가 몰렸다.
이 같은 수요는 발행 규모의 5배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이 달러화 국채를 내놓는 건 2004년 17억 달러 규모를 발행한 이후 처음으로, 5년물과 10년물을 각각 10억 달러어치 발행한다.
중국 재정부는 5년물 금리를 미 국채보다 0.3∼0.4%포인트 높게 제시했으며 10년물은 0.4∼0.5%포인트 높게 제안했다고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이날 현재 미 국채 5년물 금리는 2.0%, 10년물 금리는 2.4%다.
중국의 달러화 국채에 해외 투자자 등의 수요가 몰려들면서 집권 2기 독주 체제를 굳힌 시진핑 주석의 경제 구상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금운용사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루크 스파직은 "(지도부 개편이 이뤄진)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직후 달러화 채권발행이 이뤄졌다"면서 "발행 규모는 상대적으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달러채 발행의 상징적 의미 덕분에 국영 기업과 은행에 대한 평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그간 자본의 해외 유출을 통제한 탓에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판단에 따라 달러화 국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차례로 중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만큼 역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건재를 과시하겠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달러채는 대부분 중국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인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발행에 참여한 10개 은행 가운데 6곳이 중국계 은행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4곳은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외국계 은행이다.
시진핑 집권 2기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잠잠하게 유지됐던 중국 증시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1% 이상 오른 날이 10거래일에 그쳐 2015년 141거래일, 2016년 65거래일보다 확 줄었다.
여기엔 중국 경기 안정, 미 증시의 변동성 축소 등이 작용했지만 많은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은 중국 당국이 '강력한 역할'을 한 게 더 큰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2015년 중국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면서 소용돌이친 이후 증권 당국이 최근 수년간 수많은 브로커와 펀드를 상대로 주가가 요동칠 때마다 매도나 매수를 요청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WSJ은 "시 주석은 지난주 당 대회 연설에서 시장이 계속해서 자원 배분을 위한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중국 당국의 증시 개입은 수년에 걸쳐 중국이 자국 경제와 시장을 세계에 개방하려 노력해온 점과 어긋나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