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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미쉐린 평가에서 빼주세요"…미쉐린 별에 반기 드는 이유는?

[리포트+] "미쉐린 평가에서 빼주세요"…미쉐린 별에 반기 드는 이유는?
"미쉐린 평가에서 빼주세요"

지난달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에서 별 3개를 받은 프랑스의 요리사가 미쉐린 평가 대상에서 자신의 레스토랑을 빼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됐습니다. 평가를 거부한 세바스티앙 브라는 "평가와 평가단에 신경 쓰지 않고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내기를 원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식 발음인 '미슐랭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데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도 전 세계에서 28번째로 '2017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발간됐습니다. 다음 달에는 '2018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또 발간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쉐린의 평가 방식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데다, 지난해 발간된 서울 편 책자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미식가들의 성서라고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미쉐린 가이드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봤습니다.

■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서…'미쉐린 가이드'가 뭐길래?

미쉐린 가이드는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에서 발간하는 여행안내서입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던 자동차 여행안내 책자로 출발했는데요. 타이어 정보와 도로 법규, 자동차 정비 요령, 주유소 위치 소개가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 소개는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미쉐린 가이드는 독자들의 호평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
미쉐린 가이드의 역사
이후 100년 이상의 긴 세월 동안 신뢰와 명성을 쌓아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리게 됐는데요. 미쉐린 가이드 평가 요원들은 평범한 손님으로 가장해 한 식당을 1년 동안 5~6차례 방문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평가단은 음식 맛, 가격, 분위기,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일정 수의 식당을 엄선하고, 다시 이들 가운데 뛰어난 식당에 별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등급을 매깁니다.
*그래픽 - 미쉐린 가이드의 별
■ 미쉐린 별은 최고의 명성이다?…부담감에 스스로 목숨 끊은 경우도

미쉐린 가이드는 요식업계의 최대 관심사입니다. 평가에서 별 3개를 받게 되면 그 식당과 요리사는 최고의 명성을 얻는다는 게 업계의 공식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1957년부터 스페인,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와 2005년에는 미국 뉴욕, 2008년에는 일본 도쿄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미쉐린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쉐린 평가에서 별 3개를 받은 식당은 전 세계에 100여 개뿐입니다. 별 3개 음식점에는 해외 미식가들이 직접 찾아오거나 적게는 한 달 길게는 2년 전에 예약해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평가 때 별이 하나라도 강등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식당의 평가는 곤두박질치게 되고 매출도 하락합니다.
미쉐린 별은 최고의 명성이다?…부담감에 스스로 목숨 끊은 경우도
2003년 프랑스의 요리사 베르나르 르와조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뒤 다음 평가에서 별을 하나 잃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2008년에는 올리비에 롤랑제라는 요리사가 미쉐린 평가에서 별 3개를 얻은 뒤 "조용히 살고 싶다"며 식당 문을 닫는 일도 있었습니다.

■ 베일에 가려진 미쉐린의 평가, 객관적이지 못하다?

미쉐린 가이드는 평가 진행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합니다. 요식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을 쌓은 평가 요원들이 불시에 식당에 방문한다고 알려졌지만 이것도 미쉐린 측이 발표한 내용일 뿐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미쉐린의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외국인이 현지 식당을 평가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일본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됐을 때 일본 미식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프랑스인의 잣대로 일본 문화를 평가했다"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발간된 지난해 국내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을 보면 24곳의 식당이 미쉐린의 별을 받았는데 이 중 한식당의 비율이 월등히 높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에 공개된 미쉐린 가이드 서울편에 실린 광고였습니다.
*그래픽
미쉐린 가이드 별 24곳 중 한식당이 13곳
값싸고 맛 좋은 실속형 맛집 '빕 구르망' 36곳 중 한식당이 32곳 //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인 한식재단이 유일하게 광고에 참여했는데 이를 두고 미쉐린이 정부와 한식재단의 후원을 받아 한식당에 점수를 더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2009년부터 한식 세계화 사업을 주도한 정부의 의도대로 미쉐린 가이드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당시 미쉐린 측은 언론에 "후원과 광고는 다르다"며 "사업과 평가는 완벽하게 분리돼 공정성에는 어떤 영향도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 20억 쓰고도 곳곳에 오류…국내 미쉐린 가이드 이대로 괜찮나?

두 번째 미쉐린 가이드 발간을 앞두고 지난해 나온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 곳곳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은 문체부 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2016년 11월 발간된 가이드에서 총 34건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류예시
또 송 의원은 관광공사가 미쉐린 측에 발간 지원금으로 총 2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불공정 특혜 계약일 수 있다며 "관광공사가 그간 맺은 국내외 출판물 광고비 명목으로 건당 최저 25만 원에서 최고 6천만 원을 지급한 전례에 비춰봤을 때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 제작에 이례적으로 큰 금액을 지출한 것은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송기석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의원]
"관광공사는 미쉐린 가이드의 세계적 공신력을 믿고 거액의 예산을 투자했다고 해명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제작한 글로벌 미식 가이드가 세계적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아무렇게나 대충 만들어졌습니다. 미쉐린 코리아가 제작하는 콘텐츠의 정확성에 대해 재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래픽 - 한국관광공사의 미쉐린 가이드 발간 계약서
이에 대해 정창수 관광공사 사장은 "어느 나라도 미쉐린과의 광고계약 내역을 밝힌 곳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미쉐린 가이드의 오류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이 미쉐린 가이드에 오르고 있고 서울에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적 내용 중 추어탕을 번역한 'autumn mudfish soup'은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라고 해명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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