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으며 여러 위원회를 통해 권한 분산·행사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한 달을 맞은 오늘(25일)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법원장의 방대한 권한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에게 바라는 것이 남다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새 대법관 임명 제청과 관련해서는 "모든 것에 대해 로드맵을 갖고 있지 않지만, 다양성에 관해서는 염두에 두겠다"며 "시기에 맞는 제청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추천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변호인단 전원 사퇴로 오늘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등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차질을 빚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힘든 사건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잘 진행돼서 결론도 잘 도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검찰이 최근 이른바 적폐수사 등과 관련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한 데 대해서는 "영장 재판도 재판이고 결과는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며 "과도하게 법원을 비난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할지를 두고 사법부 내부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김 대법원장은 "결론을 딱히 갖고 있지 않다. 이번 주 대법관 회의에서 의견을 듣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관들의 의견이 결정에 중요하게 작용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사법부 내 다른 그룹과 같은 비중으로 두기는 어렵고 높은 비중으로 듣겠다. 최대한 많이 존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 등 종종 하급심에서 대법원 판례와 다른 판결이 내려지는 데 대해선 "법관 개인의 고유한 양심과 법률에 따른 판단이라면 존중돼야 하고 그것만으로 깎아내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법관 비위 조사 및 징계와 관련해선 "장기적으로 윤리감사관을 개방직으로 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김 대법원장은 간담회가 진행된 한 시간 내내 행사장에 마련된 의자에 앉지 않고 선 상태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제 뜻을 알리는 기회인 만큼 서서 질문에 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간담회 말미에는 대법원장 취임 후 처음 취재진과 대면한 소감을 털어놓았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이 자리가 가볍다는 생각은 안 했는데 간담회장에 들어와서 보니 무겁다는 생각을 새삼 느낀다"며 "대법원장이 되고 나서 말도 함부로 못하고 전화통화도 잘 못한다. 그만큼 이 자리가 힘들고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