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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대충상'의 흑역사…명과 암의 50년

대종상, '대충상'의 흑역사…명과 암의 50년
제 54회 대종상 영화제(이하 '대종상')가 오늘(25일) 저녁 열린다. 지난해 주최 측과 영화인의 갈등으로 파행을 빚었지만, 올해는 주최 측이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대변화를 예고했다.

대종상의 변화 움직임에 충무로도 빗장을 풀었다. 참석자보다 불참자가 많았던 최근 2년간과의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인들이 대거 참석해 시상식을 빛낼 예정이다.       

54년 전통의 대종상은 왜 '대충상'으로 전락한 것일까. 그 길었던 흑역사를 되짚어보고 장밋빛 미래를 기대해본다.

◆ 최장 역사 시상식…공정성 논란으로 얼룩

대종상 영화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 시상식이다. 1959년 우리나라 영화의 예술적 향상과 영화산업 및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제정한 상이다.

출범 이후 약 30년 가까이 정부가 주최, 주관하여 온 만큼 과거에는 주로 정부가 권장해 온 영화정책에 부응한 영화에 시상되는 경향을 띠어왔다. 1987년을 기점으로 민관화됐지만, 후보 선정 및 수상 결과의 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정부·사회 비판적 영화는 홀대하고, 친정부·우성향의 작품을 밀어준다는 의혹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96년 '애니깽 사태'다. 장미희 주연의 '애니깽'(감독 김호선)은 제34회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의 트로피를 받았다. 문제는 이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이뤄진 수상이라는 것이었다. 이를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일었고, 심사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 게다가 이 작품은 안기부가 제작 지원한 영화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09년 시상식 역시 개봉하지도 않은 장나라 주연의 '하늘과 바다'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에는 "참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는 영화제 본부장의 으름장으로 영화인들을 분노케했다. 이른바 '출석상' 사건이다. 게다가 인기상 후보를 최근 3년간 출품된 작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투표 또한 유료로 진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인들의 집단 보이콧 사태가 발생했다. 그해 시상식에서는 총 24개 수상 부문 중 11개 부문에서 대리 수상이 나왔다. 신뢰를 잃은 영화제에 대한 영화인들의 외면은 계속됐다. 지난해에도 남녀주연상 후보 중 유일하게 이병헌만 참석했다.

지난해 가장 우수한 작품 중 하나로 꼽혔지만 53회 시상식의 출품을 거부한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대종상은 영화인들 사이에서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무엇보다 원로 영화인과 영화인들이 아닌 인물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와 심사위원단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시상식 리부트?…심사방식·진행방향 대변화

대종상영화제는 시상식 리부트(Reboot: 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를 선언하며 올해부터 새로운 조직과 심사방식, 진행방향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대종상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구회) 측은 "더욱 더 투명하고 풍성한 대종상영화제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어 앞으로 변화될 대종상영화제를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운영방향과 심사방식, 조직위 내 TF팀(가칭) 구성 등 변혁의 중심에 선 영화제의 새로운 진행에 만전을 기했고, (사)한국연예매니저먼트협회를 비롯한 (사)한국상영발전협회와 한국영화상영관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다양한 협회가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었다. 

변화의 조짐을 보이자 영화계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제작사들이 영화를 출품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스타들도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올해 시상식에는 송강호와 이병헌, 설경구, 조인성, 손예진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골탈태의 노력은 높이 사지만, 대종상 시상식의 문제는 조직위원회에 있다. 영화제를 이끄는 중추 인물들이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바뀐다고 달라질지는 의문이다."라고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속단은 이르다. 금일(25일) 치러질 시상식은 대종상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택시운전사'와 '박열' 각각 11개,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치열한 각축을 벌인다. 

-다음은 제54회 대종상 영화제 각 부문 후보작(자)-

▲최우수작품상='택시운전사', '박열', '더 킹',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판도라'
▲감독상=변성현('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준익('박열'), 장훈('택시운전사'), 한재림('더 킹'), 박정우('판도라')
▲남우주연상=설경구('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송강호('택시운전사'), 이제훈('박열'), 조인성('더 킹'), 한석규('프리즌')
▲여우주연상=공효진('미씽- 사라진 여자'), 김옥빈('악녀'), 염정아('장산범'), 최희서('박열'), 천우희('어느날'), 
▲남우조연상=곽도원('특별시민'), 김인우('박열'), 김희원('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배성우('더 킹'), 정진영('판도라')
▲여우조연상=고(故) 김영애('판도라'), 김소진('더 킹'), 전혜진('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김해숙('재심'), 문소리('특별시민'), 
▲신인감독상=김주환('청년경찰'), 나현('프리즌'), 신준('용순'), 엄태화('가려진 시간'), 양경모('원라인')
▲신인남우상=김준한('박열'), 박서준('청년경찰'), 민진웅('재심'), 변요한('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최민호('두 남자')
▲신인여우상=최희서('박열'), 이수경('용순'), 임윤아('공조'), 신은수('가려진 시간'), 오예설('지렁이'), 
▲시나리오상='택시운전사', '박열', '가려진 시간', '더 킹', '미씽-사라진 여자' 
▲촬영상='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더 킹', '악녀', '택시운전사', '판도라'
▲편집상='더 킹',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악녀', '택시운전사', '판도라'
▲기술상='더킹', '악녀', '택시운전사', '판도라', '프리즌'
▲기획상='택시운전사', '더 킹', '박열', '재심', , '판도라'
▲미술상='택시운전사', '대립군', '더 킹', '박열', '판도라'
▲음악상='더 킹', '가려진 시간', '박열', '싱글라이더', '택시운전사'
▲의상상='대립군', '더 킹', '박열', '임금님의 사건수첩', '택시운전사'
▲조명상='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 '더 킹', '악녀', '판도라', '프리즌'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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