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주워 먹어 잘 날지 못할 만큼 살이 쪘다는 의미의 '닭둘기', 배설물과 깃털로 각종 세균을 옮겨 '쥐둘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비둘기. 오늘 리포트+에서는 비둘기가 기피 대상이자 유해 동물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정말 사람에게 해로운 동물인지 따져봤습니다.
■ 유해 동물로 지정된 비둘기…전국에 100만 마리 살고 있다?
지난 2009년 환경부는 도시에 주로 서식하는 비둘기 종인 '집비둘기'를 유해동물로 지정했습니다. 당시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분류하는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이후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101명 중 83%에 달하는 5,894명이 환경부의 개정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과자와 쓰레기가 주된 먹이…도심이 '비둘기 천국' 된 이유는?
일반적으로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알을 낳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서식하기 좋은 환경에서는 1년에 4~5회까지 알을 낳기도 합니다. 성장도 빨라 갓 태어난 새끼는 4~6주가 지나면 독립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도시 환경이 비둘기가 개체 수를 늘리는 데 적합하다고 지적합니다.
도시에는 비둘기의 천적인 매 등이 서식하지 않는 데다 먹이도 풍부합니다. 시민이 던져주는 음식이나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로 비둘기는 하루에 필요한 먹이의 양을 쉽게 채울 수 있습니다. 천적 없는 환경과 풍부한 먹이가 비둘기의 성장과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주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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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순창 / 대한조류협회 회장]
"공원에 가면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이 비둘기에게 과자를 뿌려주죠. 이렇게 주변에 비둘기의 먹이가 많다는 점이 비둘기의 증식 효과를 높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http://img.sbs.co.kr/newimg/news/20171024/201105936_1280.jpg)
비둘기를 기피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건강에 해로울 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둘기는 사람에게 해로운 동물일까요? 건양대 의대 세포생물학교실 지희윤 교수팀이 지난 2003년 비둘기 배설물의 유해성을 조사한 결과, 배설물에서 나온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라는 곰팡이가 사람에게 뇌수막염과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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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희윤 / 건양대 의대 교수]
"비둘기 배설물이 마르면 그 속의 크립토코쿠스 균 포자가 형성돼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 뇌수막염이나 폐 질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http://img.sbs.co.kr/newimg/news/20171024/201105945_1280.jpg)
사실 산에 사는 비둘기들은 천적이 냄새를 맡지 못하도록 물에 여러 번 씻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도심 집비둘기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도심에는 씻을 곳도 마땅치 않은 데다 자동차의 배기가스 등 유해물질에도 노출돼 있습니다. 게다가 비둘기들은 군집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한 마리만 세균에 감염돼도 나머지에 옮겨갈 위험이 있습니다.
■ 가짜 알로 바꿔치기까지…비둘기와의 전쟁, 국내의 대책은?
비둘기의 배설물이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고, 건물이나 유적지 등 기타 시설물 자재를 부식시킨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물과 닿으면 곰팡이 등이 성장하고 대사 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나옵니다. 이 산성 물질은 석회석을 녹여 구조물을 손상시키고 심할 경우에는 미세한 틈을 만들기도 합니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유럽 등지에서는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은 비둘기에게 먹이 제공 시 50파운드(7만 2천 원)를 부과하고 먹이를 제공한 노점상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습니다. 프랑스는 공원에 비둘기집을 설치해 알을 낳게 한 뒤, 집을 흔들어 알을 부화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둘기를 어떻게 관리할지 제대로 논의조차 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