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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바로 오늘, '평창의 불꽃' 그 신화가 시작된다!

[취재파일] 바로 오늘, '평창의 불꽃' 그 신화가 시작된다!
드디어 오늘(24일), '평창의 신화'가 시작됩니다.

신(神)들의 이야기, 신비롭고 신성한 불(火)의 이야기, 그 성스러운 의식을 소개합니다. 먼저 "모든 체육활동은 근원적으로 제례의식이었다"는 칼 디엠의 주장을 기억해두시죠.
‘올림픽’은 제우스를 위해 고대 그리스인들이 올림피아에서 4년마다 치르던 운동경기 축제였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은 성지(聖地), 올림피아입니다. 기원전 776년, 만신의 으뜸, 제우스를 위한 축제 '올림픽'이 탄생한 장소지요.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올림픽은 단순한 운동 경기, 축제가 아니었습니다. 신의 영광을 기원하는 경건한 전례(典禮)였고,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평화가 공포되었습니다. 오늘 그 성지를 비추는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에 오르면 불을 밝히는 의식이 거행됩니다.

● 개회식 (opening of the ceremony)

고대 그리스인들이 '지구의 어머니' 가이아 여신의 성전으로 믿었던 자리에 오륜기가 게양되고, 올림픽 찬가가 합창됩니다. 제우스의 제단(祭壇)에 하늘의 불빛을 내려주기 위한 첫 의식입니다. 

"고대의 불멸하는 정신이여
진리와 아름다움과 선의 아버지여
내려와서 드러내네, 당신의 빛을 우리 위에 뿌려
이 지상에, 이 하늘 아래를 빛나게 하도다…."

그리스 작가 코스티스 팔라마스가 쓴 시를 스피로스 사마라스가 만든 장엄한 선율에 맞춰 라브레오티키와 마르코폴로의 소년소녀 합창단이 노래합니다. 

이제 약 30년 만에 이 신전에 태극기가 다시 오르고 애국가가 울리 퍼질 차례입니다. 그 뒤 엄격한 의식을 주관한 그리스의 국가가 연주되고 나면 타키스 도사스의 시 '올림피아의 빛'이 낭송됩니다.   

"여기 올림피아의 신성한 요람에서, 변하지도 않고 더럽혀지지도 않고
영원히 사라지지도 않을, 불이 다시 태어난다."

"제우스의 성체를 지나, 올림피아와 그리스 너머, 모든 땅과 모든 바다에,
사랑과 고통과 미움과 전쟁이 있는 모든 곳에, 올림피아의 신탁을 전한다."


그리스 배우, 야니스 스탄코글루의 힘찬 음성이 메아리치면 의식은 절정을 향합니다. 

● 채화식 (lighting ceremony of the Olympic flame)

헤라 신전에 입장하는 여사제들
무대는 그리스 신전 중 가장 오래된 장소, 헤라 신전으로 이동합니다. 크로니온 언덕과 알피오스 강 사이 올림피아 숲속에 있는 곳, 제우스의 비(妃) 헤라를 위한 신전에서 여사제들이 불을 받기 위한 고아한 몸짓을 선보입니다. 대사제(High Priestess)는 제우스와 그의 아들 아폴로에게 엄숙히 기도합니다.

"태양의 신이자 빛의 신이신 아폴로 신이시여, 당신의 빛으로 이 성화를 밝혀 평창으로 보내주소서.
그리고 제우스 신이시여,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주소서."

태양광을 오목거울을 통해 채화하는 모습
'만물의 근원' 태양의 빛이 오목거울을 통해 모여 불꽃이 됩니다. 인류의 진화를 이끈 프로메테우스의 선물은 대사제에 의해서 이렇게 다시 타오릅니다. 올림픽 왕관의 재료, 올리브 가지를 든 여사제들은 매혹적인 춤사위로 흥을 돋웁니다. 전령은 올림픽 휴전기(Olympic truce)를 세상에 알립니다. 어느 때보다, 어느 곳보다 평화가 절실한 지금, 평창에는 더욱 뜻깊은 몸짓입니다.

● 성화 봉송의 시작 (opening of the Olympic torch relay)
여사제들의 춤사위
성스러운 불꽃은 대사제의 손을 떠나 장도에 오릅니다. 가장 먼저 그리스 크로스컨트리 선수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가 성화를 받아 첫 번째 여정을 시작합니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 올림픽을 통해 고대와 현대를 이으려던 쿠베르탱 남작 묘소를 참배한 뒤 두 번째 주자, 대한민국의 박지성에게 불을 건넵니다.

성화는 오는 31일까지 8일간 그리스 전역을 돈 뒤 근대 올림픽 경기가 처음 열렸던 그곳,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도착해 대한민국으로 이동을 준비합니다. 올림픽을 꼭 100일 앞둔 11월 1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성화는 전국 2018km를 돌아 내년 2월 9일, 성화대에 점화돼 17일 동안 불을 밝히게 됩니다. 인류 최대의 축제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면서 말이죠.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채화식의 인물들

1. 칼 디엠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성화 채화, 봉송을 추진한 베를린 올림픽 조직위원장 칼 디엠
올림픽 성화 채화식이 시작된 건 1936년 베를린 대회 때입니다. 당시 대회 조직위원장이었던 칼 디엠의 아이디어로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체육활동을 종교의식에 비유했던 주인공입니다.

고대 올림픽에서 그리스인들이 이와 같은 채화식을 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물론 만물의 근원인 태양과 그것을 상징하는 불은 그 자체로 신앙의 대상이었고,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전유물인 불을 훔쳐 인류에게 문명을 전한 것을 기념하는 횃불 경주가 벌어진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죠. 디엠은 여기에 착안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설득했습니다.

성화 봉송도 이때부터 이어진 전통인데, 일각에선 독일 나치군이 군국주의적 파시즘을 홍보하기 위해 벌인 '쇼'로 보기도 합니다. 당시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불가리아,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를 거쳐 베를린에 도달했는데,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이 이 코스의 역순으로 점령을 확대해나갔기 때문입니다.

2. 카타리나 레후
대사제역을 맡은 그리스 배우 카타리나 레후
채화식에서 대사제 역할을 맡은 카타리나 레후는 그리스 배우입니다. 아테네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수영, 농구, 배구를 잘했다고 합니다. 카롤로스 코운 예술 극장에서 본격적인 연기자 길을 밟았습니다. 숱한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연을 펼쳤습니다.

대사제 역할을 맡기 위해선 미모와 어학실력, 지성이 겸비돼야 합니다. 연기력과 무도 능력은 물론이고요. 레후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성화 채화식에서도 대사제 역할을 맡아 훌륭히 소화한 바 있습니다. 29년 전 서울 올림픽 때는 국립극단 출신 카테리나 디다스칼루가 대사제를 연기했습니다.

3.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와 박지성
첫 주자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
성화 봉송의 첫 주자는 관례적으로 그리스 올림픽 위원회가 추천하는 선수가 맡습니다. 이번에는 그리스의 크로스컨트리 선수 아포스톨로스 앙겔리스가 영예를 안았습니다. 24세의 젊은 선수로 평창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앙겔리스는 "첫 번째 주자로 선정돼 영광이다. 진심으로 꿈꿔온 순간이고, 자랑스럽고 무척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앙겔리스에게 성화를 건네받는 두 번째 주자는 개최국, 대한민국의 박지성입니다. 축구 영웅이자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하죠. 박지성 선수 역시 올림피언입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해 활약했습니다. 2승을 거두고도 골득실에 밀려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게 아쉬웠죠. 채화 장소 그리스와 인연도 있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멋진 골을 터뜨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발판을 놓았습니다.

● 비가 온다면?

불을 얻는 의식은 여전히 신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행사입니다. 비가 오면 태양광에서 채화가 어렵기 때문이죠.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올림피아의 강수확률은 80%. 신들이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채화 때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행사를 주관하는 그리스 올림픽 위원회는 어제 '예비 불씨'를 받아놓았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헤라신전이 아닌 '올림픽 아카데미'에서 실내 행사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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