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미군 전사자 유족 예우문제를 놓고 거센 비난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하려고 나섰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되레 곤경에 빠졌다.
"유족에게 해선 안 될 말을 했다"고 폭로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몰아세운 프레데리카 윌슨(민주·플로리다) 의원을 향해 퍼부은 일부 발언이 '거짓말'로 들통나면서다.
켈리 비서실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유족에게) 전화를 거는 데 완벽한 방법은 없다"며 "그런 비극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나는 만류했지만, 대통령은 전화하는 게 옳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용감하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전사한 존슨 병장 부인과의 통화에서 "남편은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입대했다"고 말했다며 그의 '무례'를 주장한 윌슨 의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이자 2010년 아프간 전쟁에서 차남을 잃은 유족이기도 한 그의 발언에 브리핑을 지켜보던 일부 백악관 직원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다음 발언이 문제가 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2015년 마이애미에 건립된 미 연방수사국(FBI) 순직자 추모건물 기공식을 거론하며 "빈 수레가 요란하듯이, 한 여성 의원(윌슨)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자신이 모금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지역민을 생각하는지를 떠들어댔다"며 "그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2천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고 자랑한 뒤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며 윌슨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당시 기공식 영상을 확인한 결과, 켈리 비서실장의 말과는 달리 윌슨 의원은 연설시간 9분의 대부분을 순직한 두 FBI 직원을 추모하는데 할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윌슨 의원은 '오바마 지원'을 언급하지도, 자신의 모금 역할을 주장하지도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는 다만 마약범과 총격 과정에서 순직한 두 직원의 이름을 추모건물에 붙이는 데 필요한 입법 활동을 지원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의회가 해당 기금을 승인한 것은 내가 2011년 하원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일"이라는 윌슨 의원의 반박은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WP는 21일 사설에서 "영상을 보고서 얻은 단 하나의 결론은 켈리가 윌슨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켈리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도로시 브라운 에모리 대학 법학 교수도 CNN 기고에서 "켈리는 여성의원을 향해 '빈 수레'라고 부르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며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에 대해 그의 보스와 국가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