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산부 10명 중 4명, "임산부석 양보받은 적 없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수도권 지하철 열차 한 칸당 2석씩 총 7,100개의 임산부석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배려 문화가 정착되지 않자 서울시는 2년 전부터 임산부석을 분홍색으로 바꾸고 지난해에는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임산부석 바닥에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입니다'라는 문구도 넣었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도 임산부석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임산부의 날을 맞아 임산부 3,212명과 일반인 7,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임산부의 60.2%만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2015년(58.3%)과 2016년(59.1%)에 실시한 같은 설문조사 결과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임산부 10명 중 4명은 임산부석 양보 등을 비롯한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임산부의 70% 정도는 임신 기간 허리 통증에 시달립니다. 배가 나오면서 몸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허리에 부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방광이 태아에게 눌려 배뇨장애를 겪거나 위장이 압박돼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임산부도 많습니다. 또 혈액순환 저하로 빈혈이나 하지부종으로 고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산부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예비 엄마들과 출산을 거친 엄마들 사이에서는 임산부석이 '눈치석'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임산부를 비롯한 교통 약자를 위해 좌석을 비워달라는 권고 방송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임산부석이 비어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임산부석을 꼭 비워둬야 하는지 몰랐다"고 말합니다. "비었을 때는 앉았다가 임산부가 오면 일어서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박사는 SBS 라디오 프로그램 시사전망대에서 "우리나라는 경로 문화가 전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노인을 우대하고 양보하는 문화가 잘돼 있지만 임산부는 젊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며 "임산부석 등 임산부를 배려하는 부분에 대한 시민의식을 상당히 뒤처져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삼식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늦어지면서 늦게 출산하는 경우가 많아 유산 가능성도 큽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은 임산부들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리가 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임산부석 양보 문제는 생명을 다루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무선 데이터 기술 등을 활용해 '임산부 승객이 탑승하였으니 자리를 양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멘트가 송출되도록 하자는 시민 의견도 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임산부의 고충에 먼저 귀 기울여 임산부석의 실효성을 높이고 시민의 배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