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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축구 영웅’ 조지 웨아와 아들 팀 웨아…운명의 10월

[취재파일] ‘축구 영웅’ 조지 웨아와 아들 팀 웨아…운명의 10월
아버지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아들은 아시아 인도에서. 지금 다른 두 나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부자(父子)가 있습니다. 아버지 이름은 조지 웨아(51), 아들 이름은 팀 웨아(17)입니다.

● 부자의 운명이 달린 10월

그 아버지의 그 아들입니다. 아프리카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조지 웨아의 아들답게, 팀 웨아는 국제 축구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팀 웨아는 지난 16일 인도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월드컵 16강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습니다. 파라과이를 5:0으로 누르고 소속팀 미국을 8강으로 이끌었습니다. 1990년대 당대 최고의 공격수였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두 번째 골이 압권이었습니다. 페널티박스 모서리 밖에서 수비수 두 명을 앞에 두고 반대편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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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아들이 해트트릭을 달성하기 하루 전 발표된 라이베리아 대통령 선거 결과에서 가장 많은 지지(57만2374표, 39%)를 받았습니다. 과반 득표를 못해 다음 달 결선 투표를 준비하고 있는데 2위를 차지한 조세프 보아카이 후보(42만7544표, 29.1%)와 격차가 있어 현지 언론은 축구 스타 출신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90년대 축구스타 조지 웨아
● 축구 영웅과 축구 신동

조지 웨아는 ‘축구 전설’ 그 이상이었습니다. 22살이던 1988년, 아르센 벵거 감독의 눈에 들어 모나코로 이적하며 잠재력을 꽃피웠습니다. 벵거 감독은 "웨아는 놀라움 자체였다. 당시 그만큼 폭발적인 선수를 본 적이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프랑스(모나코, 파리생제르맹)와 이탈리아(AC 밀란), 잉글랜드(첼시, 맨체스터시티)를 거치며 당대 최고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아프리카 축구 선수상을 세 차례(1989년, 1994년, 1995년)나 받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에 오른 1995년에는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 등을 휩쓸었습니다.

그의 이름이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조국에 대한 헌신 때문입니다. 20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라이베리아의 사상 첫 월드컵 진출을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예선에선 선수 겸 기술 감독을 맡았는데, 사재를 털어 전세기를 동원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승점 1점이 모자라 끝내 월드컵 본선행 진출은 좌절됐지만 내전 중이던 라이베리아 국민에겐 그의 존재 자체가 희망이었습니다. 그는 경기장 밖에서도 국제아동기금(UNICEF)홍보 대사로 소아마비와 에이즈 퇴치에 힘썼습니다.
조지 웨아는 1990년대 최고의 선수로 꼽혔지만 끝내 월드컵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습니다. 2014년 아버지가 몸담았던 파리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지난해 9월 유럽축구연맹 유스리그 데뷔전에서 해트트릭을 폭발시키며 루도고레츠(불가리아)전 8대 1 대승을 이끌었고, 지난 7월 2020년까지 계약을 3년 연장했습니다. 대를 이어 같은 팀에서 뛰게 된 아들은 아버지와 관련된 질문에 조금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습니다.
지난 7월, 2020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뒤 활짝 웃는 팀 웨아

"아버지 덕분에 받은 관심을 저한테 유리하게 활용할 겁니다. 아버지는 위대한 선수셨고, 제가 좋은 선수가 되는 건 제게 달린 일이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는 일도 어렵지만은 않겠죠."

● 역사에 도전하는 두 남자

조지 웨아는 라이베리아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려 합니다. 은퇴 뒤 국가와 국민에 헌신하겠다며 정치에 입문해 이번이 세 번째 대선 도전입니다. 빈곤 퇴치와 교육권 강화를 공약으로 걸었습니다. 결선 투표는 다음달 7일입니다.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이 세운 나라, 라이베리아는 그동안 쿠데타와 독재, 내전으로 고통 받았습니다. 인구는 410만. 국민총생산은 22억 달러로 FIFA랭킹(135위)보다 낮은 세계 163위입니다. 전쟁범죄자로 2012년 징역 5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의 전 부인 쥬얼 테일러를 부통령 후보로 지목해 논란이 있지만 대선에 승리한다면 73년 만에 평화적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의 최고 지지자입니다.

“아버지는 최고예요. 라이베리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왔던 그대로 하신다면 아버지가 당선 될 거라 확신해요. 아버지는 라이베리아를 밝은 미래로 이끌 겁니다.”

이미 아버지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아들도 새로운 역사에 도전합니다. 21일, 잉글랜드를 누를 경우 미국은 1999년 뉴질랜드 대회 이후 처음으로 U-17 월드컵 4강에 오릅니다. 미국이 17세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습니다.


축구 영웅은 아들에게 조언합니다.

“자신만의 경기를 하고, 자신 있게 경기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네가 최고의 선수이고, 너에게 밝은 미래가 있다는 걸 증명해라.”

팀 웨아는 월드컵 트로피를 든 장면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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