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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원 지급"vs"24만 원 돼야"…풍년이 서글픈 벼수매 갈등

"차라리 흉년이면 하늘 탓이라도 하겠습니다. 풍년이라서 뼈 빠지게 한 해 동안 논에다 바친 품값도 못 건진다고 생각하니 더 답답합니다"

봄철 가뭄, 여름에 쏟아진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이겨내고 풍년을 일궈냈지만 수확철 가을 들녘을 바라보는 농심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갑니다.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해마다 되풀이 되는 공공비축미 수매가를 둘러싼 정부와 농민단체의 갈등이 수확철 접어들면서 다시 불거졌습니다.

공공비축미 수매가는 10∼12월 시장가격 평균치를 적용해 확정합니다.

풍년일 때는 수매가가 떨어지고 흉년일 때는 오르기 마련입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풍년농사를 짓고도 웃을 수 없는 실정입니다.

작황이 좋지 않아 쌀 80㎏ 시장가격이 17만8천551원까지 올랐던 2013년에는 공공비축미 수매가가 17만5천 원까지 오르면서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매년 풍년농사가 이어지며 지난해에는 12만8천807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다른 작물로 전환하라는 당국의 유도로 논 면적이 계속 줄면서 벼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봄과 여름 궂은 날씨를 겪었지만 수확기 태풍이 피해 가는 등 양호한 기후 덕분에 풍년이 확실시되면서 공공비축미 수매가를 높게 올려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수매가는 통상 수확량이 확정되는 이듬해 1월 결정됩니다.

그러나 정부 수매가가 예고되면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사들일 쌀은 공공비축미 34만t에 해외공여용 1만t, 시장격리곡 37만t을 더해 총 72만t입니다.

작년보다 3만t 더 많습니다.

작황이 좋은 데다 쌀 수요마저 줄고 있어 올해도 시중 쌀값은 농민들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16일 기준 일반미 소비자 거래가는 1㎏ 1천902원, 80㎏ 기준 15만2천176원입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공공비축미 수매가가 80㎏ 기준 15만 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올해 24만 원은 받아야겠다고 벼릅니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 탓에 쌀값이 수년간 하락하면서 생산비·인건비를 건질 수 없는 파산지경이라는 것이 농민단체의 주장입니다.

지난달 충남 보령농민단체협의회가 농민대회를 연 데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회(이하 전농)가 지난 10일 청와대 인근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수매가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전농 관계자는 "쌀 1㎏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인건비를 더해 3천 원 수준"이라며 "수매가가 이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는다면 매년 되풀이되는 적자를 견딜 재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생산된 쌀은 420만t입니다.

이 가운데 16.4%인 69만t을 정부가 수매했고 농가 자체 소비량을 뺀 65∼70%가 시중에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농은 수매가와 함께 수매량 확대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농가 소득 보장을 위해서는 정부 수매량이 지금보다 30t가량 많은 100만t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쌀의 양이 그만큼 줄게 돼 적정한 쌀값이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곤란한 요구입니다.

쌀 소비가 줄어 가뜩이나 재고가 쌓이는 마당에 농민들 요구대로 100만t을 수매하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재고 관리비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10∼12월 평균 시장가격을 토대로 결정하는 수매가를 농민들의 요구대로 인상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생산 단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도 다릅니다.

농림부는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할 때 작년 기준 ㎏당 생산비가 853원이고 인건비 등을 더하면 1천350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농민단체가 주장하는 ㎏당 3천 원의 45% 수준에 그칩니다.

정부가 정한 목표가(올해 18만8천 원)와 수매가의 차액을 보전해 주는 쌀 변동직불금을 고려하면 수매가가 설령 15만 원으로 결정되더라도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소득은 18만 원 이상 된다는 게 농림부 입장입니다.

변동직불금은 시장가격과 수매가 차액의 85%를 지원합니다.

그 차액인 3만8천 원의 85%, 즉 3만2천 원이 지원되는 만큼 농민들은 실제 80㎏당 18만2천 원은 받는다는 얘기입니다.

양곡관리법상 시장가격으로 공공비축미를 수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률 개정 없이는 정부가 농민단체와 협상해 임의로 가격을 정할 수도 없습니다.

농림부 관계자는 "쌀값이 너무 낮다는 농민들의 주장이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100만t을 수매하고 ㎏당 쌀값을 3천 원으로 해달라는 요구는 사실상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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