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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캘리포니아 산불,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나?"

[취재파일] 캘리포니아 산불,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나?"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나파 밸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지금도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매년 여름만 되면 크고 작은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이렇게 많은 지역에서 동시에 불이 나는 것은 기자인 저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 사망자가 30명을 넘어

SBS는 산불 발생부터 관련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전하고 있습니다. 첫날 CNN은 산불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기 시작하며 사망자가 1명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부 기자 입장에서 이번 산불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심각해졌습니다. 가장 최신 뉴스를 보면, 사망자가 30명을 넘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어떻게 산불로 30명이 이상이 사망했을까요? 일단 현지 생활 경험과 취재를 통해 몇 가지 추정을 해 봤습니다.

이런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대부분 휴대전화로 가족과 친척, 친구들의 생사를 확인합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통신 라인이 끊기면 이 작업은 불가능해집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휴대전화 중계기는 보통 건물 옥상에 설치합니다.

옥상에 설치해야 더욱 많은 지역을 커버하고 휴대전화 통화품질도 더욱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계기는  건물 아래를 향하도록 설치합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건물 옥상에 중계기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흔히 전봇대에 설치합니다.

그런데 미국에 설치된 전봇대는 한국에서 보는 전봇대와는 다릅니다. 미국에 설치된 전봇대를 자세히 보면, 나무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불이 나면 전봇대는 쉽게 불에 탑니다. 이번 캘리포니아 산불도 그렇습니다. SBS 뉴스에서도 많이 보셨겠지만 시뻘건 불은 산에 있는 나무는 물론, 도로변 나무, 심지어 가정집도 잿더미로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무로 만든 전봇대도 힘없이 불에 타고 맙니다. 전봇대가 불에 타면서 전선과 통신선까지 끊기고 중계기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결국 전화는 불통되고 전기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TV나 라디오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산불에 대한 정보를 알기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주민들은 화재의 심각성을 뒤늦게 알게 돼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또 화재지역 주민들이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산불이 난 지역이 워낙 많고 넓다 보니, 주민들의 생사를 확인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 14일 새벽 CNN 뉴스를 보니, 노부부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원에 있는 수영장에 뛰어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6시간 뒤에야 구조됐다고 합니다. 이들을 구조한 사람은 구조대원이나 경찰이 아니라 딸이었습니다. 전화 통화가 가능했다면 더 신속하게 구조가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종자가 6백 명을 넘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실종 접수가 6백 건을 넘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휴대전화도 제대로 안 되고 전기 공급마저 끊기면서 주민들의 생사 여부 확인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곳곳에 있는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집을 방문해가며 집안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직업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美 북캘리포니아 산불
● 와인 생산은?

이번에 불이 난 지역에는 약 9백 개의 포도주 양조장이 있습니다. 미국 와인 생산의 85%를 차지합니다.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양으로 따지면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에 이어 4번째로 큰 것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 포도주 제조자들에 따르면, 지금은 포도 수확기라 산불이 발생하기 전에 75~95%의 포도가 이미 수확됐다는 겁니다. 그럼 나머지는? 수확을 마치지 못했다면 불에 탄 남은 포도는 건질 수 없습니다. 김준철 포도주 전문가에 따르면 포도보다는 포도나무가 더 큰 문제라고 합니다. 만약 뿌리 부분까지 피해가 생겼다면 포도나무를 다시 심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포도를 다시 수확하기 위해 4년에서 길게는 5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포도 수확을 마치지 못한 포도농장 주인 뿐아니라 포도주 양조장도 걱정이 클 것입니다. 산불로 생긴 연기와 그을음으로 인해 와인의 품질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관광객 2천만 명이 이번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방문합니다. 와인 때문이죠. 디즈니 월드를 방문하는 관광객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포도주 양조장 60곳은 현재 문을 아예 닫았습니다. 15곳만 운영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마저도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또 호텔 42곳 가운데 19곳이 문을 닫고 손님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산불은 언제나 잡힐지 아무도 모릅니다. 특히 이 지역에 강풍까지 불면서 진화작업이 더욱 어려운 상태입니다. 이번 산불은 지역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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