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오존층 파괴, 이제 걱정 안 해도 될까?…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7.10.14 15:35 수정 2017.10.15 07: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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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11일 현재 남극 오존홀, 자료: NASA

지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환경 협약을 하나 들라면 주저 없이 몬트리올 의정서를 드는 경우가 많다. ‘오존층 파괴 물질에 관한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 on Substances that Delete the Ozone Layer)'가 채택된 것은 지난 1987년 9월이다. 남극 상공에 생긴 거대한 오존홀(ozone hole)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는 전 세계 과학계의 문제 제기가 지구촌의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다.

1989년 1월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프레온 가스를 비롯한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와 규제 등으로 파괴되어 가던 오존층은 현재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중 오존홀이 가장 넓어지는 시기인 9월~10월 평균 오존홀 면적을 보면 1979년만 해도 남한 면적과 비슷한 10만 제곱 킬로미터에 불과했던 남극 오존홀은 1984년에서는 1979년의 100배인 1천만 제곱 킬로미터를 넘어섰고, 1992년에는 200배 이상 넓어진 2천만 제곱 킬로미터를 넘어섰다(아래 그림 참조, 자료:NASA). 10년, 20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오존이 대대적으로 급격하게 파괴된 결과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파괴되는 오존홀 면적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 됐고 2006년을 정점(2,660만㎢)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지구촌이 합의해 큰 성공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연도별 남극 오존홀 면적이제 오존홀에 대해서는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것일까? 오존홀 면적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사람들의 관심도 오존홀에서 떠나갔다. 이제 정말 오존홀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 2017년 NASA 오존홀 영상 보러 가기

우선 오존홀 면적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증가하던 오존홀 면적이 감소 추세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오존층이 파괴되기 전인 1970년대 수준으로 회복된 것은 결코 아니다. 현재도 오존홀 면적은 남한 면적보다 200배 이상 크다. 2천만 제곱 킬로미터를 넘고 있다. 1980~90년대 급격하게 증가할 때와는 달리 오존홀이 작아지는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을 금지 또는 철저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오존층은 왜 이리도 회복이 더디기만 한 것일까?

새로운 복병이 나타났다. 이미 인간이 배출한 오존층 파괴 물질 가운데 대기 중에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오래 남아 있는 물질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 금지나 규제에서 제외했던 물질이다. 대표적인 물질이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 염화메틸렌, CH2Cl2)이다. 냉매나 물질의 합성을 돕는 용제, 각종 필름을 만들 때, 발포제 등에 널리 사용되지만 대기 중으로 배출돼 성층권으로 올라갈 경우 오존을 파괴할 수 있는 오염물질이다. 하지만 디클로로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이 6개월 이내로 짧아 성층권까지는 올라가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고 규제대상 오존층 파괴물질에 포함시키지 않았었다. 지금까지는 공기 중으로 배출이 되더라도 성층권 오존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결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확인됐다. 영국과 독일, 타이완, 말레이시아 공동 연구팀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의 대기 중 디클로로메탄 농도를 측정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6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Oram et al., 2017). 특히 지표 부근의 농도는 지금까지 보고된 것보다 10배 정도나 농도가 높았고, 성층권 바로 아래인 적도 부근 대류권 상층의 농도도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3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양의 디클로로메탄이 대기 중으로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고, 특히 이 물질이 대륙 고기압 확장 같은 공기 흐름을 따라 매우 빠르게 서태평양 적도 부근 상공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적도 부근 상공은 강한 상승기류로 인해 대류권 오염물질이 성층권으로 올라가는 주요 통로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지금까지 성층권 오존을 전혀 파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디클로로메탄이 성층권 오존을 파괴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주장한다.

오존층 파괴 물질에 대한 사용 금지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존홀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지 않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각종 산업 분야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디클로로메탄을 규제할 수 있는 지구촌의 새로운 협약이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 개발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전 세계에서 디클로로메탄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지역은 각종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특히 중국이다. 중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2015년의 경우 중국에서는 71만 5천 톤의 디클로로메탄이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64%인 45만 5천 톤은 디클로로메탄이 공기 중으로 거의 그대로 배출될 수 있는 각종 발포제나 페인트 같은 도료 제거용, 각종 용제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중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양은 적지만 우리나라 산업도 디클로로메탄 배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표 근처에 있는 오존은 눈이나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오염물질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로 지상 15~30km 고도의 성층권에 모여 있는 오존은 지구 밖에서 들어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 생명체를 안전하게 지키는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인간의 무관심과 근시안적인 생각이나 정책이 지구촌 생명체를 지키는 보호막을 인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몬트리올 의정서로 지구촌이 한 뜻이 되어 어렵게 살려내고 있는 오존층을 인간이 새로운 방법으로 또 다시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참고문헌>

* Oram, D. E., Ashfold, M. J., Laube, J. C., Gooch, L. J., Humphrey, S., Sturges, W. T., Leedham-Elvidge, E., Forster, G. L., Harris, N. R. P., Mead, M. I., Abu Samah, A., Phang, S. M., Chang-Feng, O.-Y., Lin, N.-H., Wang, J.-L., Baker, A. K., Brenninkmeijer, C. A. M., and Sherry, D.: A growing threat to the ozone layer from short-lived anthropogenic chlorocarbons, Atmos. Chem. Phys., 17, 1192911941, 2017, https://doi.org/10.5194/acp-17-11929-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