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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키신저의 '미중 빅딜'론, 한국은 어디에 있나?

[취재파일] 키신저의 '미중 빅딜'론, 한국은 어디에 있나?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7.10.14 11:09 수정 2017.10.14 11: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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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키신저의 미중 빅딜론, 한국은 어디에 있나?
트럼프 미 대통령이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나면서 미중 빅딜론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 압박으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끌어낼 경우 미국이 대부분의 주한미군 철수 같은 당근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빅딜이 가능하겠느냐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미중 빅딜론이 주목받는 것은 다음과 같은 맥락 때문이다. 

● '미중 빅딜론'이 불거지는 이유

지금 격화되고 있는 북미간 전쟁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은 북미간의 타협이 이뤄지는 것이다. 북미 둘 다 100%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타협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면 위기는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과 북한 핵무기가 미국을 위협하도록 가만 놔두지는 않겠다는 미국 사이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끝내 북미간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여기서 구상해 볼 수 있는 것이 북한을 제외한 주변국간의 타협이다. 핵개발 의지를 꺾지 않는 김정은 정권을 완전 고립 내지 붕괴 시키는 데 주변국들이 동의하고 정책을 추진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전쟁 카드를 접고 기다려볼 만 하게 된다. 막대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한반도 전쟁은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쟁이 부담스러운 중국도 미국이 전쟁을 유보하는 조건이라면 일정 정도 협조할 유인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한반도 주변의 주요한 두 주체, 즉 미국과 중국의 빅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이 전쟁을 유보하는 대신, 중국이 김정은 정권 완전 고립 내지 붕괴에 적극 나서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 정책에 그냥 동의할 리 없다. 그래서 키신저는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상황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사전 합의할 것”을 권고하면서 ‘주한미군의 대부분 철수’와 같은 당근을 중국에게 반대급부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중국에게 북한이라는 완충지역이 사라져도 통일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 국경을 맞대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주라는 것이다.

● '미중 빅딜론'에서 배제된 한국
미중 정상그런데, 이런 미중간의 빅딜론을 접하다 보면, 불현듯 해방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떠올리게 된다.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가 아니라 2차대전의 전승국이었던 미국과 구소련이 재단했던 아픈 기억 말이다. 지금 거론되고 있는 미중 빅딜론에도 한국의 존재는 없다.

미중 빅딜론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한국이 논의구조에 빠져있다는 형식적 측면보다도 빅딜 과정에서 우리 몰래 논의될 수 있는 내용적 측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한 빅딜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게 된다면 지금 보도되고 있는 김정은 정권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 외에 더 많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당장, 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의 북한 상황에 대한 논의가 빠질 수 없다. 김 씨 일가가 무너진 뒤 과도기적인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 경우 미중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합의할까?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버린다 해도 북한은 여전히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다. 중국이 북한을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흡수시키는 선택을 자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한국 주도의 통일을 강력히 주장할까? 미국 입장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하는 김정은 정권 붕괴에 중국이 동의만 해준다면 나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빅딜 과정에서 한국 주도의 통일을 얘기해볼 수는 있겠지만 중국이 강력히 반대할 경우 빅딜이 깨질 것을 감수해가며 미국이 이를 끝까지 주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미중이 합의할 수 있는 김정은 정권 이후의 북한은 미중의 공동 신탁통치 기간을 거친 뒤 세워지는 온건한 친중 정권 정도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분단체제는 지속되고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   

● '미중 빅딜론' 넘어 '한반도 빅딜론' 고민해야

미중 빅딜론이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인 만큼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정세가 상당히 유동적인 국면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미중 빅딜론을 그냥 허무맹랑한 얘기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빅딜을 구상중인 키신저 전 장관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날 정도로 미중 빅딜론은 잠재적인 폭발력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국이 배제돼 있는 미중 빅딜론을 그냥 방치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미중 빅딜론이 미국의 현실적인 외교정책으로 부상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지점과 없는 부분을 미국에 명확하게 말해 놓을 필요가 있다. 아니, 더 나아가 우리가 구상하는 한반도 빅딜론을 마련해 미국과 공감대를 형성해 놓는 작업도 필요할 수 있다.

한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빅딜론은 물론 우리의 국익이 반영된 것이어야 한다.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에 동의하게 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 감축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한반도의 안정적 정세관리를 위해 일정 규모의 주한미군 주둔은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통일한국에 주둔하는 미군과 국경을 맞대는 것을 우려한다면, 미군이 38선 이북으로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 주도의 통일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 지역에 외국 군대가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 붕괴에 나서는 대신, 사드 철수와 주한미군 감축, 한미연합훈련 축소, 주한미군의 38선 이북 진출 금지를 보장하고, 외국 군대의 북한 지역 진주 금지와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내용도 포함하는 것이다.

● 한반도 운명, 주변국이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정부가 대화와 교류협력의 상대이기도 한 김정은 정권 붕괴를 상정하는 한반도 빅딜론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한반도 긴장을 더 격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빅딜’보다는 주변 정세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가 미중 빅딜론이 현실화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의 대응안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해방 이후처럼 우리의 운명을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변국들이 재단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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