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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SBS스페셜’ 늙어간다는 것 ‘담담해서 더 가슴 먹먹’

[스브스夜] ‘SBS스페셜’ 늙어간다는 것 ‘담담해서 더 가슴 먹먹’
한 마을에서 나고 자라 그 마을에서 늙어가는 여인의 모습이 가슴 한 켠에 먹먹한 감동을 안겼다.

8일 방송된 ‘SBS스페셜’에서는 추석특집으로 ‘도마일기2-꽃다운 날들’이 방송됐다.

한때 복사꽃이 만발했던,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도마마을. 이 마을에서 나고 자라 그 마을에서 늙어가는 여인이 있다. 도마마을의 최고령자인 90살 한두이 여사다. 지리산 자락에서 밭일하던 젊은 날은 갔다. 한 걸음 떼기도 숨이 차는 그녀에게는 이제 반 평짜리 마루가 세상 전부다.

“사람들 막 고사리 끊으러 가재. 막 밭에 가재.” 건강해서 고사리를 캐러 가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도마마을 가운데에 자리한 초록 대문 집에 사는 한 여사는 늘 마루에 앉아 사람들이 오가고 낮과 밤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한 여사의 하루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젊은 시절에는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하는 일은 없었다. 항상 농사일에 바빴다.

거동이 불편한 한 여사의 집에 병간호를 위해 세 딸이 돌아가면서 머문다. 세 딸 중 한 여사를 가장 살뜰히 보살피는 건 첫째 딸인 엄계순(70) 씨다. 엄마와 딸은 서로의 삶을 연민하고 있지만 마음과는 달리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어렸을 때와 뒤바뀐 부모와 자식 사이다. 어린 딸은 자라서 늙은 엄마의 보호자가 됐다.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여름, 된장독이 터져버렸다. 된장이 잘못될까 애가 타는 엄마 한 여사, 딸 계순은 노모(老母) 대신 갖은 일을 하느라 지쳤다.

한 여사는 가난한 산골 마을에서 일곱 자식을 먹이려 밭일을 하다 손가락 한 마디가 잘리는 고통도 참아냈다. 어린 자식이 아프면 겁도 없이 호랑이가 나오는 산길을 홀로 넘어 약을 구해오기도 했다. 자식들도 엄마의 고생을 충분히 안다. 벌초를 위해 오랜만에 한 여사의 집으로 모인 자식들은 늙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늙은 엄마를 병간호하느라 고생하는 자식들을 보는 한 여사의 마음은 편치 않다. 끝을 기다리는 한 여사. 그녀의 방에는 볼 때마다 한숨을 쉬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마음에 차지 않는 영정사진이다. 먼 곳으로 가는 길,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한 여사는 영정사진을 다시 찍으려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깝고도 멀고 단순하고도 어려운 관계에 대해 담담히 보여줬다. 그 관계 속에 우리 모두 얽혀 살고 있다. 한 여사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우리의 그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가슴 먹먹하게 다가왔다. 

(SBS funE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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