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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범죄도시' 진실의 방 어떻게 탄생했나…영화 속 '1mm'

[빅픽처] '범죄도시' 진실의 방 어떻게 탄생했나…영화 속 '1mm'
다윗의 반격이 시작됐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 제작 비에이 엔터테인먼트)가 추석 연휴 극장가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박스오피스 역주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경쟁작 '남한산성'과 '킹스맨:골든 서클'의 절반 수준인 전국 470여 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한 '범죄도시'는 '킹스맨:골든 서클'을 제쳤으며, 박스오피스 1위작 '남한산성'도 6만 명 차로 추격 중이다.  

'범죄도시'는 하얼빈에서 서울로 넘어와서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범죄조직 소탕 작전을 그린 액션 영화. 강윤성 감독이 연출하고 마동석, 윤계상 등이 주연을 맡았다.

신인 감독의 첫 작품, 신스틸러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어떻게 톱스타 군단을 앞세운 대작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까지 위협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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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의 방'은 막내 하준의 아이디어

"야, 병식아 진실의 방으로"

조폭 때려잡는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는 범죄자가 취조에 협조적이지 않을 때 '진실의 방'이라는 극약처방을 쓴다. '진실의 방'은 들어가기만 하면 백발백중 자백을 받아내는 장소로 설정돼있다. 영화 초반 마석도의 캐릭터를 드러냄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장면으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진실의 방'이라는 표현은 예상 밖 인물에게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막내 형사 강홍석 역을 맡은 하준의 머릿속에서 나온 단어였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강윤성 감독은 "원래 대사는 "이리로 들어와" 정도였는데 마동석 배우가 그곳을 지칭하는 어떤 표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때 하준 배우가 "'진실의 방' 어때요?"라고 의견을 냈다"면서 " 듣자마자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마동석도 마음에 들어했다. 그래서인지 배우가 그 대사의 맛을 잘 살려냈다"고 칭찬했다. 

영화 후반부 마석도(마동석)와 장첸(윤계상)이 '화장실 결투'를 벌이는 장면에서 등장한 "혼자야?", "어. 아직 싱글이야" 대사 역시 마동석의 현장 애드리브로 완성된 대사다. 이처럼 '범죄도시'는 수많은 사람의 아이디어와 에너지가 모여 생동감 넘치는 액션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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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조직 소탕 사건, 어디까지 실화일까?

'범죄도시'의 가제는 '범죄도시:가리봉 잔혹사'였다. '가리봉 잔혹사'라는 부제가 최종 제목으로 채택되지는 못했지만, 가리봉동이라는 지명은 여러차례 등장한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실제로 벌어진 강력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이야기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강윤성 감독은 2004년 5월 '왕건이파'로 활동했던 조선족 윤모 씨를 비롯한 14명에 대해 살인 미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과 2007년 4월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조직된 연변 조직 '흑사파' 두목 양모 씨 등 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에서 장첸 일당의 잔혹함을 보여준 가라오케 범죄 장면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왕건이파는 가라오케에서 유흥업소 직원의 팔을 절단해 차이나타운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전개되는 조선족 범죄조직간의 세력 다툼은 2007년 흑사파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렸다.

금천경찰서 형사들이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과정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장첸 일당의 덜미를 잡은 마석도의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영화 속에서는 나이트클럽의 종업원들이 활약했지만, 실제로는 경찰이 직접 공안으로 위장해 작전을 수행했다.

또한 범죄조직을 검거하는 있어 차이나타운 조선족 동포들의 도움이 컸다. 영화에서 그려진 것과 마찬가지로 조직원들의 범죄 행위와 이동 경로 등을 경찰에 제보해 소탕 작전을 수월하게 펼 수 있었다.    

영화관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의 일이라는 것이다.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은 지금은 범죄가 적은 평화로운 곳이다. 혹시라도 영화를 보고 그곳의 이미지를 오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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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봉 잔혹사에 가리봉이 없다?

지난 8월에 개봉한 '청년경찰'은 조선족 비하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난자 적출이라는 잔혹 범죄를 일삼는 조직이 대림동에서 활동하고, 범죄 장소 역시 대림동 골목에 마련돼있다는 설정이 중국 동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영화 개봉 이후 중국 동포 대책 위원회는 "영화가 조선족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고 대림동을 범죄 소굴로 인식시켰다"면서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을 하기도 했다.  

'범죄도시'는 장첸 일당을 조선족이라고 명시하지는 않고 하얼빈에서 넘어온 범죄집단으로 그린다. 아직까지 이 영화에 대한 조선족들의 거부감이나 반발 움직임이 특별히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데다 선악의 구분을 명확히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차이나타운에 살며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무고한 조선족 동포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보인다.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범죄조직은 하얼빈에서 넘어온 외부 세력이며, 조선족 동포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훼손하는 일부의 악당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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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이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실제 촬영은 가리봉동이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영화를 제작한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대부분의 촬영은 신길동 재개발 구역에서 이뤄졌다. 철거가 끝난 공터에 가리봉동 차이나타운를 재현했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장원석 대표는 "차이나타운에는 수많은 가게가 영업중이고 조선족 동포들이 실생활을 하는 곳이다 보니 영화 촬영으로 행여 방해가 될까 우려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영화를 만들면서 이 소재를 악의적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왜곡되지 않게 그리려고 노력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경찰과 조선족 동포가 공조해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을 그리지 않나. 조선족 동포분들이 불쾌해하실 묘사는 없으리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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