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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전당대회 연설 중 코미디언에게 '해고장' 받는 수모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6월 조기 총선 패배를 사과하는 도중 한 코미디언으로부터 '해고장'을 받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메이 총리는 4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추계 전당대회 마지막을 장식하는 연설 중 연단으로 다가온 한 남성으로부터 'P45'라고 적힌 종이를 전달 받았습니다.

이 남성은 기업의 해고 통보문인 'P45' 서류를 메이 총리에게 전하면서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주라고 했다"고 말한 뒤 당 사무국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습니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 남성은 사이먼 브로드킨이라는 이름의 코미디언으로 알려졌습니다.

총리를 당황케 한 갑작스러운 이 '퍼포먼스'는 메이 총리가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의회의 과반 의석을 잃고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과 내각 '2인자'인 존슨 장관이 최근 메이 총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빗댄 일종의 '정치풍자'였습니다.

이 남성은 메이 총리에게 종이를 전달한 뒤 연단 앞에 앉아 있던 존슨 장관에게 다가가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현재 존슨 장관과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방식을 놓고 극명한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이 총리는 유머로 상황을 넘기긴 했지만, 이후 기침으로 연설의 맥이 자주 끊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편, 이날의 해프닝과 함께 메이 총리가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연설 내용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정부와 집권당이 물가난 등으로 등을 돌린 서민층 유권자들을 겨냥해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의 상한제와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입니다.

메이 총리는 "우리는 자유시장을 좋아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에너지) 독과점 기업들과 기득권 세력에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6개 대기업이 시장의 85%를 과점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해 물가안정을 꾀한다는 계획입니다.

메이 총리는 또, 대규모 공공주택 건설을 통해 주택난 해결에 나서겠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1970∼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재임 이후 국영기업들을 대거 민영화하고 정부의 시장개입을 자제해 온 영국에서 정부가 에너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공공주택 건설을 재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됩니다.

이런 조치들은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조기총선에서 참패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고 총리 본인이 정치적 수세에 몰린 것을 중산층과 서민층의 표심을 확보해 만회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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