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 뮤지컬 '서편제' 송화와 배우 이소연의 평행이론

SBS 뉴스

작성 2017.10.03 10: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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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스브수다] 뮤지컬 서편제 송화와 배우 이소연의 평행이론
뮤지컬 ‘서편제’에서 눈이 먼 송화는 아버지 허리춤에 달린 끈을 잡고 소리를 찾아 전국을 누빈다. 소리꾼이 되기 위해 송화는 두 눈을 잃은 눈물도, 동생과 이별한 슬픔도 속으로 삭힌다. 삶의 우여곡절이 녹아든 송화의 소리는 구슬픈 판소리 가락이 되어 관객들을 울린다.

올해 새롭게 ‘서편제’의 송화 역을 맡은 배우 이소연(33)은 한국적인 외모가 돋보이는 배우다. 뮤지컬 ‘아리랑’에 이어 ‘서편제’ 주연을 맡은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은 창극에 혜성처럼 나타난 보물이다. ‘서편제’ 작곡가 윤일상은 이소연에 대해 창과 팝을 아우르는 ‘서편제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이미지배우 이소연은 송화의 삶에 큰 공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소연 역시 전문 소리꾼은 아니었지만 소리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송순섭 무형문화재 스승에게 배웠던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창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방학이면 스승과 함께 산에 들어가 몇날 며칠이고 폭포수 앞에서 소리를 연마하기도 했다. 송화처럼 기구한 삶은 아니지만, 소리꾼의 길은 운명과도 같았다고 이소연은 털어놨다.

“방학이 되면 선생님을 따라서 지리산 골짜기에 들어가요. 막상 골짜기에 들어가면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이겨내기도 어려워요. 아침, 점심, 저녁밥을 먹을 때 외에는 선생님을 따라서 소리로만 살아요. 그렇게 하고나면 소리가 확실히 단단해지는데요. 그러다가 조금 소홀했다 싶으면 또 훅 내려와요. 올라가긴 그렇게 힘든데 내려오는 건 왜그렇게 쉬운지. 왜 이런 예술을 하는지 야속하기도 하고 힘들었었죠.”

가끔 ‘서편제’ 송화를 연기하다보면, 그런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일 때도 있다고 이소연은 말했다.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겪은 과정이었을 거예요. 소리를 연마하고 수련하지만 늘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송화의 아버지 유봉처럼, 저희 아버지도 저를 좋은 소리꾼으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셨어요. ‘서편제’는 그런 소리꾼의 삶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감정을 이입하긴 쉬웠어요. 그렇다보니 감정에 치우칠 때도 있어요. 극중에서 너무 울컥해서 꺽꺽 눈물이 나서 대사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소리꾼의 삶이 그러하니까요.”
이미지이소연은 송화라는 인물에 대해 ‘외로운 소리꾼’이라고 말했다. 송화는 더 좋은 소리를 찾기 위해 인생을 내걸었던 강인한 여성이었다. 강인한 앞에 ‘외로운’이라는 수식이 붙는 건 그 길이 꽤나 고되기 때문이다.

“미술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소리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분명 절대적 실력이 매우 높고 소리가 대단한 명창들은 있지만요. 지구상에 있는 바람, 새, 사람 등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게 소리다 보니까, 한 색깔로는 표현할 수가 없어요. 그런 걸 득음의 과정이라고 해야할까요. 때려치우고 싶고, 그만두고 싶고 ‘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드나’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리꾼이라면 죽을 때까지 그걸 찾아가야해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목을 사용해야 할지 늘 자신이 고민해야 하니까 고민은 끝이 없고, 고달프고 외로워요. 나와의 싸움이죠.”

이소연은 대학에 입학했던 시절까지만 해도 ‘소리’에 대한 애착이 지금처럼 크진 않았다. 소리꾼의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였지만, 어떤 소리꾼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방향은 그때까지만 해도 없었다. 그녀가 23세였을 때 우연히 선 연극무대에서 처음으로 재능을 보여주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다. 그녀는 그 길로 첫 번째 대학에서 중퇴한 뒤 서울로 올라왔다. 본격적인 소리꾼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한 건 그 때부터였다.
이미지“광주에서 대학을 다닐 때 전국 연극제에 우연히 참가하게 됐어요.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우연찮게 참여하게 됐었죠. 그 전까지는 고수와 호흡을 맞췄다가 처음으로 배우들과 대사와 동작의 합을 맞췄는데요. 그 때 굉장히 무언가 느껴진 게 있었어요. 그렇게 서울로 올라와서 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면서 점점 ‘이 길이 내길이다’를 하면서 느끼게 됐어요.”

이소연은 ‘서편제’를 통해 뮤지컬적 발성과 소리 두 가지를 동시에 잘 소화한다는 평을 받는다. 평소 판소리 뿐 아니라 대중가요와 인디음악 등을 두루 즐겨 들어온 게 어느정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은 있다.

“판소리나 창은 제가 늘 연습하는 거니까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전형적인 뮤지컬 음악들을 소화할 때는 조금 더 부담이 느껴지긴 해요. 창을 하거나 판소리를 할 때는 정확히 그 지점에 소리를 내지 않아도 가져가는 공력이 좋으면 소리 자체로 받아들여주시지만 뮤지컬은 그렇지 않잖아요? 관객들에게 좀 더 거칠지 않은 소리를 들려줘야 하고, 노래로서의 전달에 대한 색깔도 다양하게 보여주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미지이소연은 ‘서편제’의 송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그는 “여러가지 인생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떤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게 닿을 수 없는 어려운 것이라도 하더라도 그 여정만큼은 아릅답다. 송화처럼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리꾼과 배우라는 두 가지 수식어 중 어떤 것으로 불리고 싶나.”고 물었다. 이소연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소리꾼이라고 말했다.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완창 무대를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동시에 판소리가 좀 더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도 이소연은 덧붙였다.

“순수예술이라는 게 우리가 지킨다고 해서 지켜지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대중이 좋아해줘야 순수예술 역시 그 가치를 지킬 수 있어요.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작업들을 하고, 공부도 하고 완창도 꼭 해보고 싶어요. 소리꾼이라는 뿌리는 놓지 않으면서 전통 판소리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이미지사진=김현철 기자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