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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뒤통수 치는 재미"…놓치면 후회할 다양성 영화3

[빅픽처] "뒤통수 치는 재미"…놓치면 후회할 다양성 영화3
영화를 예매할 때 박스오피스나 예매율을 지표로 작품을 선택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취향과 안목으로 영화를 고르는 관객들도 있다.

전국 100개 미만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통상적으로 다양성 영화라고 불린다. 다양성 영화 시장도 저변이 확대되고 마니아층이 공고히 자리 잡았다고는 하지만 추석 연휴와 같은 대목에는 상업 영화에 밀려 스크린 잡기가 여의치 않다.

대작 중심의 스크리닝이 이뤄지는 가운데에도 보고 싶은 영화는 극장을 찾아서라도, 시간을 맞춰서라도 보는 관객들도 있기 마련이다.   

소위 '마이너리그'라 불리는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현재 가장 핫한 영화 3편을 소개한다.
[빅픽처] "뒤통수 치는 재미"…놓치면 후회할 다양성 영화3
◆ '인비저블 게스트', 분노는 뜨겁게 복수는 차갑게

미리 말하건대 당신의 상상과 추측은 번번이 엇나갈 것이며, 영화가 끝나고 제목을 다시 봤을 때 '아~!'라고 무릎을 치게될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여자는 죽고, 현장에 있던 남자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남자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 그렇다면 여자를 죽인 '보이지 않는 손님'은 누구일까.

촉망받는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마리오 카사스)은 내연녀 로라(바바라 레니)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안나 와게너)를 선임한다. 버지니아는 "3시간 후 열리는 재판에 당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목격자가 출석한다"면서 "무죄를 입증할만한 확실한 시나리오를 짜야 한다"고 압박한다. 버지니아는 예리한 촉과 빈틈없는 논리로 아드리안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진실을 말하길 종용한다. 아드리안은 로라와 자신이 은폐한 교통사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만나는 두뇌 유희 스릴러다. 살인사건 용의자와 그의 변호사가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그날의 사건을 복기하고 재조합한다. 살인사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또 다른 교통사고까지 중첩되며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다. 용의자가 사건을 복기하고, 변호사는 논리적인 빈틈을 꼬집으며 진실이 드러나는 구조가 시종일관 흥미롭다. 주요 인물의 관점에 따라 사건의 국면이 전환되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관객의 지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팽팽한 연출,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다.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작품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든 '리얼라이즈 픽처스'에 판권이 팔려 국내에서 리메이크된다. 영화를 연출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은 국내 리메이크판 여주인공에 김혜자를 추천했다.
[빅픽처] "뒤통수 치는 재미"…놓치면 후회할 다양성 영화3
◆ '윈드 리버', 눈부신 설원에 드리운 미국의 그림자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인디언 보호구역 윈드 리버. 아름답고 고요한 설원 위에서 꽁꽁 얼어붙은 여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된다. 시체를 발견한 야생동물 사냥꾼 코리(제레미 레너)는 이 상황이 낯설지 않다. FBI 신입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윈드 리버를 찾는다. 설원의 지리와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잘 아는 코리는 제인을 돕는다.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와 '로스트 앤 더스트'의 각본가로 유명한 테일러 쉐리던의 감독 데뷔작이다. 미국 사회의 이면과 병폐를 그리며 비판의 날을 세웠던 필력은 여전하고, 숨겨왔던 연출적 야심까지 돋보이는 작품이다. 범죄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속도와 강도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느린 호흡, 저열로 긴장감을 내내 유지한다.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는 총격전과 사건 당일의 현장을 소환한 시퀀스가 압권이다.

윈드 리버는 미국의 선주민인 인디언이 이주민인 백인에 의해 내몰려 터전을 마련한 곳이다. 넓고 황량한 이 땅은 연중 눈이 쌓여있어 사람이 죽어도 범인을 찾기는커녕 발견조차 쉽지 않다. 자연과 날씨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인디언들은 자신만의 터전을 일구어왔다. 그러나 개발의 손길이 뻗치며 백인들이 침투해오고, 급기야 야만성과 폭력성을 드러내며 이 세계의 질서를 훼손한다.   

코리가 상처와 고통에 단단해진 내부인의 시선을 대변한다면, 제인은 뜨거운 가슴과 열정을 가진 외부인의 시선을 대변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라고 죄책감에 눈물 흘리는 제인에게 코리는 덤덤하게 말한다. "이곳은 살아남거나 당하거나 둘 중 하나에요. 운은 도시에나 있는 것이죠. 강한 놈만 살아남아요"라고. 이 잔혹하고 황량한 세계에서의 처벌은 공권력의 힘이 아닌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복수일 뿐이라고 영화는 말하는듯 하다. 부과 번영의 상징인 미국이라는 나라의 현재 진행형 어둠이다.
[빅픽처] "뒤통수 치는 재미"…놓치면 후회할 다양성 영화3
◆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불평만 하는 당신은 루저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며 평범하게 사는 브래드(벤 스틸러)는 잘 나가는 대학 동창들의 삶을 SNS로 지켜보며 부러움과 열등감에 휩싸인다. 대학 시절에는 자신보다 밑에 있다고 생각했던 크레이그는 백안관 근무이력에 힘입어 명예로운 삶을 살고, 제이슨은 전용기로 가족 휴가를 떠날 정도로 막대한 부를 일군 성공한 사업가가 됐다.

브래드는 하나뿐인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의 대학 면접을 위해 보스턴으로 간다. 아들이 하버드 대학을 지망한다는 사실을 안 브래드는 자신의 초라함을 보상해줄 것이란 생각에 설레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들은 실수로 면접을 놓치고 만다. 브래드는 크레이그(마이클 쉰)가 하버드 강의를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자존심을 굽히고 도움을 청한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2015년 개봉해 많은 직장인의 가슴에 뜨거운 용기와 벅찬 환희를 선사했던 월터(벤 스틸러)가 염세주의자 브래드로 돌아왔다. 나와 남의 비교하면서 생기는 자격지심, 사회적 성공과 부에 대한 동경 등 삶의 가치와 만족도에 대한 견해차가 세대별, 계층별 캐릭터로 보여준다. 

'어떻게 살것인가' 혹은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와 같은 막연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다. 꿈과 행복, 이상과 현실에 관해 지나치게 이상적일 필요는 없지만, 가혹하게 현실적인 필요도 없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당신과 당신 삶은 훨씬 괜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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