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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pick] 꼬깃꼬깃한 편지봉투 속 100만 원…36년 만에 치료비 들고 찾아온 할머니 사연

[뉴스pick] 꼬깃꼬깃한 편지봉투 속 100만 원…36년 만에 치료비 들고 찾아온 할머니 사연
36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해 어린 딸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했다가 홀로 살아남은 70대 할머니가 자신을 구해 준 병원을 찾아 치료비를 갚은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오늘(29일) 전북 전주 예수병원은 "지난 28일 70대 A 씨가 병원을 찾아 '36년 전 두 달 입원해 치료받은 병원비의 일부이다'며 100만 원이 든 꼬깃꼬깃한 편지봉투를 내밀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돈은 A 씨가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해 받은 사고 보상금이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A 씨는 "요즘 건강이 좋지 않아 언제 죽을지 모른다'며 "큰돈은 아니나 죽기 전에 치료비를 꼭 갚아 마음의 빚을 덜고 싶었다"고 여러 번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A 씨는 39살이었던 지난 1981년 11월 남편과 헤어진 뒤 극심한 생활고에 당시 10살이었던 딸과 함께 세상을 등지려고 했습니다. 

방에 연탄불을 피웠다가 이튿날 이웃에게 발견된 A 씨와 딸은 당시 전북에서 유일하게 대형 산소치료 탱크가 있던 전주 예수병원으로 실려 왔습니다.

치료를 받던 도중 딸은 안타깝게 숨을 거뒀고 A 씨만 겨우 목숨을 건졌습니다.

A 씨는 두 달간 예수병원에서 투병한 뒤 실형을 선고받아 전주교도소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했습니다.

출소 후 전세금 30만 원을 빼서 병원 치료비를 내려고 했지만 주인의 거부로 치료비를 갚지 못했습니다.

이후 어려운 생활 형편 속에서 A 씨는 가스 중독 후유증으로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재혼한 남편과는 10년 전 사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다 A 씨는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 보상금을 받게 됐습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보상금 중 일부를 떼서라도 36년 전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은 겁니다.

예수병원 측은 A 씨가 갚은 치료비를 불우환자를 위해 쓰기로 하고, A 씨에게는 무료 종합건강검진과 치료를 약속했습니다.

'뉴스 픽'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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