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일에 이르는 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시민들의 '민족 대이동'이 시작됐다.
연휴가 길어 귀성에 여유가 생긴 덕분인지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오전까지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귀성이 본격 시작되는 오후로 접어들면 고향으로 떠나는 인파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서울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대부분 좌석이 남아 있었고, 대합실과 역사 내 상점가도 아직은 한산한 모습이다.
승객도 가족 단위 귀성객보다 출장을 떠나는 1인 승객이나 둘씩 짝지은 친구·연인 여행객이 많았다.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자영업자 서임식(75)씨는 "경기도 평택으로 출장을 떠나는 길이다. 3일부터 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주말에 일해야 하지만 연휴가 길어서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역 관계자는 "오전 시간대는 대부분 좌석도 남아있지만 오후 4시 이후 차량은 좌석이 대부분 매진돼 입석만 가능하다"며 "내일 점심시간 이후에 대부분 승객이 몰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역시 오전에는 한산한 편이었으나 큼직한 여행용 가방을 끌고 고향에 가는 귀성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장시간 버스를 타야 하는 귀성객들은 슬리퍼나 트레이닝복 등 편안한 차림으로 출발 시각을 기다렸다.
빵집과 편의점은 차내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사려는 승객으로 붐볐고, 터미널 내 식당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이들도 있었다.
백팩 하나만 들고 광주로 간다는 대학생 이모(23)씨는 "연휴 후반에는 친구들과 놀러 가기로 했다"며 "마침 오늘 수업이 없어 일찍 고향에 가서 부모님을 뵈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행 버스를 기다리던 직장인 최모(32·여)씨는 "남편이 오늘 휴가를 내지 못해 혼자 먼저 친정으로 출발하려고 한다"면서 "연휴가 길어 모처럼 친정에서 오래 지내다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항공편을 이용한 귀성도 시작됐다.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장에 도착한 귀성객들은 여행용 가방과 각종 선물세트를 든 채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포공항 역시 긴 연휴로 귀성이 분산돼 오전에는 큰 혼잡을 빚지는 않았다.
탑승 수속 대기 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수속도 원활한 모습이었다.
김포공항 관계자는 "공항 이용객이 평일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라며 "오후 들어서는 반일 휴가를 쓰고 고향으로 출발하는 귀성객들이 늘어 오전보다는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딸과 함께 울산의 시댁에 내려간다는 심모(45·여)씨는 "남편이 오후 늦게 일을 마칠 예정이라 딸들을 데리고 혼잡하지 않은 시간에 먼저 내려가기로 했다"며 "연휴가 긴 만큼 평소보다 여유를 찾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고향을 찾는 대신 긴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있었다.
아들과 딸, 부모까지 여섯 가족이 제주도로 여행을 떠난다는 김진영(48)씨는 "모처럼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라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겁게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고은영(22·여)씨는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를 따라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며 "친구들과 함께 가는 첫 제주도 여행이라 설렌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배를 이용하는 귀성객들도 인천항 등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날부터 연휴가 끝나는 내달 9일까지 전국 예상 이동 인원은 3천717만명으로, 작년 추석(3천539만명)보다 5.0%(178만명)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