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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특수관계' 英, 북미 무역전쟁에 일자리 수천 개 잃을 판

미국 정부가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에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리자 영국에서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미 상무부 국제무역관리청(ITA)은 26일(현지시간) 봄바디어의 C시리즈 항공기에 보조금이 지급됐다며 219.63%의 고율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이번 판정은 미국 항공기 업체 보잉의 청원에 따른 것이다.

보잉은 봄바디어가 캐나다와 영국 등으로부터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아 C시리즈를 자사 유사기종과 비교하면 한참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미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예비판정은 캐나다는 물론 영국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운 사안이다.

봄바디어 C시리즈 항공기의 날개와 동체를 제작하는 공장이 영국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있기 때문이다.

4천500명의 직원을 둔 벨파스트공장에서 약 1천명이 미 델타항공사에 납품될 C시리즈 항공기를 제작하고 있다.

봄바디어는 지난해 미 델타와 55억달러(약 6조3천억원) 규모의 C시리즈 판매계약을 성사시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델타항공이 C시리즈를 대당 1천900만달러(약 217억원)에 구매했다는 보잉의 주장에 근거하면 220%의 고율 상계관세가 확정될 경우 미국 내 C시리즈 판매가격이 세 배인 약 6천100만달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고율의 상계관세가 확정되면 미국에서 C시리즈 수요가 끊기면서 결국 C시리즈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 입장에선 봄바디어 벨파스트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이 공장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의 장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예비판정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전화통화에서 보잉-봄바디어 무역분쟁에 개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지난 12일 보도한 바 있다.

지난 6월 조기총선에서 의회 과반을 상실한 집권 보수당의 손을 잡아줘 메이를 살려준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DUP)이 메이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개입을 거세게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은 북아일랜드 자치정부를 이끄는 공동정권의 한 축이다.

봄바디어 벨파스트공장은 직원 규모에서 북아일랜드 내 최대 사업장이다.

영국 총리실은 트위터를 통해 "메이 총리가 예비판정에 깊이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는 북아일랜드의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회사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특수관계'를 자랑해온 영국에 북미무역 분쟁의 불똥이 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메이 총리가 전화와 직접 만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사안을 제기했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고 북아일랜드 자유민주당이 영국 정치에서 중요한 입지에 있다는 점 등에서 이번 예비판정은 메이 총리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번 예비판정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는 우리가 오랜 파트너로부터 기대한 행동이 아니다. 이 점을 보잉에 매우 분명히 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팰런 장관은 "보잉과 우리의 미래 관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국방부는 보잉의 주요 고객 가운데 한 곳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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