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3분 전 상황도 VAR 대상"?…답답한 프로축구연맹

[취재파일] "3분 전 상황도 VAR 대상"?…답답한 프로축구연맹
지난 24일 프로축구 K리그 전북과 대구의 경기에서는 비디오판독(VAR) 끝에 두 번이나 대구의 골이 취소되는 보기 드문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후반 39분 에반드로의 골이 무효 선언되는 장면은 많은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골이 나오기 15초 전쯤 대구의 조현우 골키퍼가 골킥으로 수비수에게 공을 연결했고, 크로스를 포함해 5번의 패스를 거쳐 에반드로가 달려들며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비디오판독을 통해 조현우 골키퍼의 규칙 위반이 적발되면서 골은 취소가 됐습니다. 골킥을 할 때는 공을 정지시킨 뒤에 차야 하는데, 조현우 골키퍼는 골라인 아웃된 공을 잡아 앞에 던져 놓고 구르는 사이에 찼기 때문에 규칙 위반은 맞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상황이 '비디오판독' 대상인 ‘골 상황’에 포함되느냐가 논란이 됐습니다.

● 7월 1일에도 비슷한 상황…그때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비디오판독이 처음 도입된 지난 7월 1일 울산에서 열린 울산과 수원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후반 16분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빼앗은 울산은 역습을 시작해 세 번의 패스를 연결해 이종호의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주심은 골을 선언했지만, 잠시 후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노골로 판정을 번복했습니다. 공을 빼앗는 과정에서 반칙이 있었다는 겁니다. 당시 골이 터지기 12초 전 상황, 패스가 3번이나 연결되기 전 상황을 과연 골 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조영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골 상황은 공격 전개 과정을 포함하는데,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고민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조 위원장의 당시 전화 인터뷰입니다.

"어떤 게 공격 시점인지 딱 명확하게 안 나와 있어서 고민이 많은데, 어쨌든 경쟁 상태에서 파울을 해서 볼을 뺏어서 공격을 했기  때문에 보고 판독을 하는 거죠. FIFA하고 고민하는 것 중 하나에요 예를 들어 A라는 지역애서 파울을 한 뒤에 몇 번 돌리다 땅 때려서 골이 들어갔어. 그것도 결과적으로 어느 시점인지를 잡아야 하는데 명확하게 어느 시점에 잡아야 한다는 게 안 나와 있어요."

● 반복된 VAR 논란…이번엔 "3분 전 상황도 판독대상"

조 위원장은 이번에 논란이 골킥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을 소유하는 시점부터 공격 전개로 본다. 볼터치 수와 소유시간은 중요하지 않다."고 명확히 얘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을 3분 동안 빼앗기지 않고 소유한 뒤에 골이 터졌을 경우 3분 전 상황에서 반칙이 있었으면 골을 무효화시킬 수 있냐?"는 극단적인 질문에도 거침없이 "그렇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그렇게 교육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국제평의회의 규정을 보면 프로축구연맹의 해석이 과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VAR 관련 실행 규정을 보면 "비디오판독(review)은 (골) 상황으로 이어지는 공격 전개(공을 소유하는 것 포함)를 포함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을 시작하는 경기재개(restart)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IFAB 비디오판독(VAR) 규정
프로축구연맹 VAR 교육자료
또 '경기재개(restart)'는 포함되지 않는 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조현우 골키퍼의 골킥은 더더욱 비디오판독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골킥은 스로인, 코너킥 등과 함께 공이 골라인 아웃됐다가 다시 시작한 경기재개(restart)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관중, 시청자는 무시? 누구를 위한 VAR?

'VAR 논란'이 문제가 되는 건 현장에 있는 관중과 TV를 보는 시청자를 철저히 무시한다는 겁니다. 비디오판독 과정과 판독 이후에도 경기장에서는 어떤 설명도 없었습니다. TV 중계진조차도 어떤 상황인 줄 몰라 추측만 할 뿐입니다. 골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한참 전의 상황에 대한 판독이라면 답답함은 극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프로축구연맹은 "3분 전 상황도 판독을 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관중과 시청자는 안중에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판독이 끝나면 양 팀 코칭스탭과 구단 관계자, 미디어에게 알린다. 연맹이 관중에게 알릴 의무는 없다. 구단에서 해야 할 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홈팀이었던 전북 관계자에 따르면 "판독 결과에 대해 통보받지 못해서 관중에게 알릴 수 없었다. 미디어에게도 한참 뒤에 결과를 알려 왔다."며 연맹을 성토했습니다.

국제축구평의회는 VAR을 도입하면서 대전제를 뒀습니다. "경기 흐름을 최대한 살리고, 축구의 특성과 정서를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한다."는 것과 "경기를 바꿀 만한 결정인 판정에 한한다."는 겁니다. 이 전제를 바탕으로 최종 판단은 주심이 스스로 하게 돼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이 대전제를 곱씹어봐야 할 겁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