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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유기동물을 부탁해 ③ 유기동물의 선택지 '떠돌이, 분양, 죽음'

▶ [마부작침] 유기동물을 부탁해 ① 최근 많이 버려진 곳은 제주시…서울은 극적인 감소세
▶ [마부작침] 유기동물을 부탁해 ② 가장 많이 버려진 반려동물 종(種)은?

유기동물이 되는 순간, 세 가지 선택지에 마주한다. 계속 길을 배회하거나,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거나, 길에서 인연을 만나 다시 사람과 함께 생활하는 것. 하지만, 선택의 주체는 동물이 아닌 사람이다.

동물보호센터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원칙적으로 10일에 불과하다. 10일 전후로 유기동물은 다시 양자택일의 운명에 놓인다. '원 주인이 되찾아가는 인도나 새 주인을 만나는 분양'과 같은 생존, 또는 '안락사나 자연사'같은 죽음, 즉 '사느냐 죽느냐'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유기동물을 부탁해 ①편/ ②편>기사에 이어 58만 6천여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유기동물의 운명, 즉 처리 현황과 대응책을 보도한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
※ 유기동물 발견지 전체 순위 및 처리 현황 등 관련 더욱 상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01animal/


● 운명의 10일 '인도는 12%' 나머지 유기동물은…

길을 떠돌다 포획된 유기동물은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할하는 보호센터로 입소해 등록절차를 거친다. 원래 반려인을 찾기 위한 조치로, 품종·나이·발견·장소 등을 명시해 유기동물 공고시스템에 (www.animal.go.kr)에 공고를 한다. 지자체는 7일 이상 유기 정보를 공고해야 하는데, 10일이 지나도 원래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유기동물 처리 체계도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유기동물 공고
원 소유주를 찾기 위한 10일. 이 기간은 동물 입장에선 버려진(유기)동물인지, 주인을 잃은(유실)동물인지를 확인 받는 시간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유기동물'이라는 불편한 현실에 직면한다. <마부작침>이 2010년부터 2017년 7월까지 91개월간 공고 시스템에 등록된 유기동물을 분석해본 결과, 원래 주인에게 인도된 건 평균 12%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수치도 등록제 의무 대상(동물보호법상 '반려견'만 등록의무 대상)인 개의 인도 비율(16.5%)이 평균을 대폭 끌어올린 결과다. 토끼, 햄스터 등을 포함한 기타 동물의 인도 비율은 4.9%, 고양이의 인도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연도별 인도 비율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건 지난 2010년 연평균 7.3%에 불과했던 인도 비율이 지난해 15.3%를 기록하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평균 인도 비율(2017년 7월)은 15.1%로 집계됐는데,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들은 "올해 말 기준 인도 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등록 대상인 개의 인도 비율이 최근 3년 동안 매년 증가해 온 것이 이런 판단의 근거다.

올해 인도 비율은 2010년 보다 2배 이상 높아졌지만, 나머지 85%의 유기동물은 불안과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이들은 원래 주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운명에 처한 것일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주인을 찾고도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제주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등록칩을 확인해 원소유주에게 연락해 동물보호센터라고 말했더니 바로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고, 찾아가라고 여러 차례 연락을 하면 수신을 차단해 버리거나 전화번호를 변경하는 사람도 있다"며 씁쓸한 현실을 설명했다.

● 분양율 29.7%, 분양의 결정적 요인은 '나이'…1살 미만 최다(最多)

10일의 시간이 지나면 유기동물의 소유주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 때부터 또 한 번의 운명에 기로서에 서게 된다. 그나마 괜찮은 운명은 새로운 반려인을 만나는 것, 바로 분양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허용되지는 않는다.

<마부작침>이 확인한 58만 6천여 마리의 유기동물 중 새로운 주인을 찾아 떠난 비율, 즉 분양률(2010~2017년 7월)은 29.7%. 10마리 중 3마리 꼴이다. 고양이(22%)보다 개(32.7%)의 분양률이 10%p 이상 높은 것이 특징이다. 2015년엔 33.8%의 분양률로 최근 8년 사이(2010~2017) 최고점을 찍은 뒤, 분양률은 다시 감소 추세다. 이는 최근 나빠진 경제 사정과 무관치 않다는 게 동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연도별 분양 비율
원주인에게 되돌아가지 못한 유기동물에게 '분양'은 최선의 운명이지만, 이런 운명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있었다. 바로 '나이'다. <마부작침>이 분양된 유기동물의 나이를 분석해 본 결과, 개는 1살 미만이 31.6%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살 16.5%, 2살 16%, 3살 13.6% 순이었다. 고양이 역시 1살 미만이 47.8%로 가장 많았다. 1살 13.9%, 2살 13%, 3살 10.1%순이었다. 개, 고양이 모두 나이가 많아질수록 분양률이 체계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분양된 유기견의 나이대별 구성'과 '보호센터에 입소한 개의 나이대별 구성'이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1살 미만의 개는 많이 버려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새로운 반려인을 많이 만날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어리고, 작은 동물' 선호 현상이 나이대별 유기동물 분양 비중에서도 확인된 것인데, 이는 한편으로 다시 버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 '보호와 치료'를 위해 보호센터로 온 동물의 절반은 죽는다

인도 또는 분양의 선택을 받지 못한 유기동물 대다수는 극단적인 운명에 처한다. 바로 죽음이다. 2010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마부작침>이 확인한 58만 6천 여 마리의 유기동물 중 27만 3천여 마리가 보호센터에서 숨을 거뒀다. 절반 가까이는 자연사(늙거나 병들어), 나머지 절반은 안락사였다. 지난 8년 간 유기동물 중 자연사한 비율과 안락사한 비율은 각각 23.5%와 23.2%로 분석됐다. 

다만, 개와 고양이의 자연사 비율과 안락사 비율의 차이는 컸다. 지난 8년 간 유기견(40만 3천 37마리) 중 자연사 비율과 안락사 비율은 각각 15.5%와 26.2%였다. 반면, 고양이(17만 5천 382마리) 중 자연사 비율은 41.8%, 안락사 비율은 개보다 낮은 16.6%로 분석됐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안락사 비율 차이
고양이의 자연사 비율이 유기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건 보호센터 입소 자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동물보호법은 보호센터 입소 동물 범위에 고양이를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다만, 치료가 필요하거나 어미와 떨어진 3개월 령 미만의 고양이만 예외적으로 입소를 허용하고 있다. 결국, 보호센터 입소 고양이는 개나 다른 동물에 비해 건강 상태가 나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때문에 자연사 비율이 높다고 할 수 있다.

● 더 살 수 있는데 죽는 동물들…안락사 비율 23.2%

유기동물 입장에서 최악의 선택지는 안락사다. 더 살 수 있지만, 죽는 게 바로 '안락사'이기 때문이다. 지난 8년 간 유기동물의 23.2%인 13만 6천 263 마리가 안락사 됐다. 종별로 살펴보면 유기견의 26.2%, 고양이의 16.6%, 토끼 등 기타 동물 중 16.4%가 해당한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종별 안락사 비율
'인도적인 처리'라는 공식적 명칭으로 불리는 '안락사'는 절차와 대상을 법으로 정해두고 있다. 동물보호법 22조 1항은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갈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을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기증 또는 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안락사 집행은 오직 '수의사'만 가능하다.

안락사 동물의 구체적 순위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규정하고 있다.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에 감염된 경우', '심장 질환 등으로 분양 이후에도 지속적인 치료한 경우' 등의 순이다. 치명적인 질환으로 사는 게 더 힘들어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안락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마부작침] 유기동물 그래프_인도적 처리 대상 동물 순위
문제는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에 5순위로 기재된 '센터 수용능력, 분양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보호 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의 경우다. 방점은 '센터 수용능력'에 찍혀 있다. 보호센터가 수용할 수 있는 규모엔 한계가 있는데, 유기동물이 수용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많이 발생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엔 281곳의 보호센터가 있다. 지난 2015년보다 26곳이 줄었다. 281곳 중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26곳으로 전체의 9.3%에 불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보호센터가 광역화·대형화 되면서 전체적인 보호센터의 수가 줄어든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수용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보호센터 관계자는 "모두 다 내 새끼처럼 데리고 있고 싶지만, 밀려오는 유기동물 때문에 수용할 공간도 없고, 다른 동물에게 전염될 우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키고 있다"고 토로했다.

● "손쉬운 동물 구매가 동물 유기를 부른다"

동물 입장에서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 그리고 뒤이어 찾아오는 원치 않은 죽음.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무분별한 반려동물 생산과 손 쉬운 구매를 제한하는 게 해법"이라고 전문가들은 한 입으로 말한다.

최우선적으로 꼽히는 게 반려동물 대량 생산 중단이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공장에서 상품을 대량 생산하듯, 강아지 공장에서 발정제를 맞은 어미견들이 무한으로 강아지를 낳고, 펫샵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과잉 생산이 손 쉬운 구매, 대량 유기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생산 유통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강아지 공장과 같은 곳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어린 나이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팔려나가고 분양되더라도 병들어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손 쉬운 동물 구매 제한을 통한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 채일택 동물보호자유연대 정책팀장은 "우리나라는 펫샵이나 마트 등에서 동물을 너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며 "이렇게 동물 구매가 쉽다보니 충동적으로 동물을 집으로 데려갔다가 쉽게 버리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동물 분양이나 입양을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로 일원화하면 충동적인 입양을 제한하고 반려인의 책임감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의 체계적 관리'와 '등록제 및 중성화 수술 확대'도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반려동물을 입양하면 등록을 하고 있는데, 농장과 같은 곳에서 태어날 때부터 등록을 하면 이력 관리 등을 통해 충동적인 구매 및 유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윤주 교수는 "개로 제한된 등록제를 다른 동물로 확장하면 반려인의 책임감을 높일 수 있고, 중성화 수술을 보다 활성화하면 반려인이 원치 않은 교미로 태어난 새끼가 유기되는 걸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유기동물 발견지 전체 순위 및 처리 현황 등 관련 더욱 상세한 내용은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mabu.newscloud.sbs.co.kr/20171001animal/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안혜민 분석가 (hyeminan@sbs.co.kr)
디자인/개발: 임송이
인턴: 홍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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