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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인도지원 실제 시기는 추후에…"연내 공여 가능성 커"

대북 인도지원 실제 시기는 추후에…"연내 공여 가능성 커"
정부가 오늘(21일)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원 시기는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추후 정하기로 미룬 것은 원칙과 현실이 타협한 결과로 보입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원칙은 지키면서도,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도발로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한 현실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의미입니다.

통일부가 지난 14일 대북 인도지원 검토 방침을 밝힌 직후부터 인도지원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발표 시점의 적절성을 놓고 국내외에서는 적잖은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거듭되는 데다 6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만 이틀 만에 발표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가 발사 움직임이 포착된 상황에서도 발표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시선 또한 곱지 않았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는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접 대북 인도지원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미 국무부가 미국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의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한 것도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17일 참고자료를 통해 '지원방침을 결정하더라도 지원 시기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교류협력추진협의회 결과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하지만 '정치 무관' 원칙을 지킨다면서도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은 모순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다면서도 북한의 도발 등이 없어야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도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추진한다'는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이후 '지원 규모와 시기 등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는 확고한 원칙 하에 공여 방안을 의결했으니 최대한 집행하고 실행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상당한 부담을 무릅쓰고도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지원을 결정한 데 대해 정부는 북한 주민, 특히 영유아·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최근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북한의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는 평양 등의 표면적 현상"이라며 "식량 부족, 보건의료 미비 등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밝혔습니다.

카린 훌쇼프 유니세프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사무소장도 성명에서 "현재 약 20만 명의 어린이들은 급성영양장애,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사망위험 및 발육지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서 북한 어린이들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정부가 이 시점에서 대북 지원을 결정한 데는 다른 '정치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우선 정권 초반부터 상황이 어렵다고 원칙을 허물면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은 물 건너간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에서는 북한에 화해 메시지를 전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내달 4일 '10·4정상선언 10주년'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부는 남북관계 상황을 봐서 실제 지원 시기를 결정한다는 입장인데,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현장에서 "미국이 감당하지 못할 핵반격을 가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능력을 계속 질적으로 다지며 곧바로 질주해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원 물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시기가 늦어진다면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의 시급성'을 대북 지원의 이유로 내세운 것도 상당히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시급성을 감안해 마냥 지원이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내에 국제기구 공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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