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장님의 욕설과 사장님의 폭행…갑질, 정말 그들만의 리그일까?
갑질은 이미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한 지 오래입니다. 운전 기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던 기업 회장,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게 하고 빨래를 시킨 육군 장성, 가맹점에 불공정 행위를 강요하는 프랜차이즈 업체 등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갑질에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습니다.
갑질은 이처럼 권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욕설과 폭행 등 갑질을 일삼은 주체가 유명 기업의 회장님, 사장님인 것으로 언론 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갑질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갑질 언어' 오가는 회사…참다못해 이직까지
지난 6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지부는 과장급 이상 80명을 상대로 한 관리자 평가와 갑질 사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공정위의 한 국장은 거의 매주 직원들에게 젊은 여성 사무관들과 술자리를 마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무실 냉장고에 '쭈쭈바'(아이스크림)를 사놓지 않으면 조사관에게 짜증을 내고, 퇴근 버스 예약에 여행 시 가족과 머물 숙소 예약 등 개인적인 업무를 직원들에게 시켰다는 과장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직원들에게 야근 강요, 휴가 제한 등 다양한 갑질 사례들이 공개됐습니다.
한 30대 직장인 신 모 씨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갑질을 견디다 못해 이직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신 씨는 입사 초기부터 "일을 이따위로 하는데 학교는 어떻게 졸업했느냐?", "XX야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등 상사의 인신공격에 시달려 왔습니다.
특정 직업에 종사한다는 이유로 갑질을 당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감정노동 강도 센 직업'에 따르면 1위는 홈쇼핑, 카드회사, 통신사 등에서 전화 상담을 하는 텔레마케터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텔관리자와 네일아티스트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갑질이 낳은 또 다른 갑질…이대로 괜찮나?
최근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갑질과 정신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갑을관계, 일상에서의 상처와 트라우마' 보고서에 따르면 갑질과 관련해 사람들은 분노, 억울, 화, 우울감, 무기력 등의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업무 현장에서 상습적 갑질에 노출된 경우 의욕 상실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갑질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갑질 문화, 전문가들은 "갑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업, 직위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하게 보지 말고 위계질서에서 자신을 떨어뜨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