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불원' 합의서 쓰고 결투 후 사망…형량 반영해 실형

60대 남성과 맨손으로 싸우다 쓰러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다만 서로 행사한 폭력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썼던 것이 형량 산정에 반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는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45살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사우나에서 숙식해 온 A 씨는 지난 3월 초 사우나 종업원과 돈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이를 본 손님 61살 B 씨는 A 씨가 10살 이상 나이 많은 종업원에게 함부로 대하자 둘 사이에 끼어들었고, 결국, 다툼은 A씨와 B씨의 감점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서로 감정이 격화한 A씨와 B씨는 서로 행사한 폭력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의서를 쓰고 결투에 나섰습니다.

이후 사우나 앞 골목길에서 주먹다짐을 시작했는데, 2분 만에 A 씨가 B 씨의 턱을 가격 해 쓰러트리면서 싸움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B 씨는 바닥에 쓰러지며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고, A 씨는 쓰러진 B 씨를 그대로 놔둔 채 다시 사우나로 들어갔습니다.

B 씨는 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중 길에서 쓰러졌고, 행인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급성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가 '연장자에게 욕을 하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는 이유로 싸우기로 했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피해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생명을 빼앗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A 씨가 순간적으로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하고, 두 사람이 사전에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싸우다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한 건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참작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상해치사죄는 법에 정한 형량이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합니다.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징역 3년 이상 징역 5년 이하의 형량을 선고하도록 권고합니다.

재판부는 합의서와 우발 범행 등을 참작해 징역 4년형을 결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