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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태권도 자체단증 발급…국기원 위상 '흔들'

중국이 국기원이 내주던 태권도 단증을 자체적으로 발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사실상 국기원을 세계태권도 본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됩니다.

중국태권도협회는 지난 2일 협회 소식을 전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2017년 하반기 교육 활동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태권도 대중화와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7월 '중국 태권도 단 제도'와 '중국 태권도 지도자의 기술 등급 관리방법'을 공표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같은 웹사이트에 '중국 태권도협회 단증 본보기 전시'라는 제목으로 단증과 품증 사진을 올렸습니다.

품·단증에는 중국태권도협회 엠블럼과 함께 지난 7월 새로 선출된 관젠민 중국태권도협회장의 이름과 서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교육 계획에는 승단 심사위원 양성 교육과 월단 심사 시행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국기원에서 해온 일을 이제는 중국태권도협회가 스스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한때 중국이 '스포츠 동북공정'의 하나로 태권도의 중국 무예 기원설을 흘려 긴장한 적이 있던 터라 종주국 태권도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태권도협회는 8월 1일부터 자체단증 발급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국제대회 참가나 지도자, 심판 활동 등을 위해서는 국기원 단증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국기원 단증과 자체단증 발급을 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시행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2007년 유럽태권도연맹이 자체단증 발급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국기원 심사사업과 관련한 국가협회·대륙연맹 등의 도전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14억 명에 가까운 인구에 태권도 수련인도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이 자체적으로 단증을 발급하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전망입니다.

국기원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태권도 유품단자의 15%를 차지하는 세계 2위 태권도 시장입니다.

중국협회가 자체단증을 발급하게 된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발사대 배치에 따른 중국과 외교 마찰 때문이 아니냐는 염려도 있지만 국기원은 중국협회가 중국 내 심사대행사와 함께 수년간 자체단증 발급을 준비해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내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국기원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기원은 2006년 중국태권도협회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약 8년간 심사추천 독점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부정단증 난립과 거래 등 폐단이 속출하자, 국기원은 경쟁체제를 갖추겠다며 2015년 중국 내 민간 기업인 룽차이, 재중대한태권도협회와 추가로 양해각서를 맺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심사추천 독점권한을 지속해서 요구해온 중국협회의 심기가 불편해져서 결국 자체단증 발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문제는 중국협회의 자체단증 발급 추진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해도 국기원이 뾰족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현재 국기원이 원장 등 수뇌부가 공금 횡령과 채용비리 의혹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기원은 일단 중국협회의 자체단증 발급은 지난해 11월 국기원과 맺은 법적 계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계약 준수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 조치까지 강구 할 예정이라고 하나 얼마나 실효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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