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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타] '통장요정' 김생민에게 보내는 동료의 글…누리꾼 "울컥하다"

[스브스타] '통장요정' 김생민에게 보내는 동료의 글…누리꾼 "울컥하다"
25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방송인 김생민 씨에 대해 방송계 동료라고 밝힌 한 남자가 쓴 글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한 인터넷 카페에는 "흥해라, 김생민"이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스브스타] '통장요정' 김생민에게 보내는 동료의 글…누리꾼 "울컥하다"
글쓴이는 과거 김생민 씨와 함께 방송했던 리포터라며 "생민이 형이랑은 아침방송에서 처음 만났습니다"라는 말로 장문의 글을 시작했습니다.

글쓴이는 "생민이 형은 함께 있는 자리에서 꼭 누군가에게 PR 시간을 주면서 '얘는 이런 면이 있네'라고 정리해주었다"며 "형의 이런 배려가 바늘 위에 서 있는 무명 방송인들에게는 어찌나 고마운 일이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또 "내가 본 생민이 형은 '셀프 짠돌이'이었는데 자기 기준에 맞춰 자기에게만 돈을 쓰지 않았다"며 "심지어 가을, 겨울에 입는 점퍼의 등 부분에는 형네 아이가 남긴 낙서가 그대로 있다"는 말로 평소 알뜰했던 김생민의 모습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김생민 씨로부터 일자리까지 도움을 받았다는 글쓴이는 "내가 방송일에 잘려 손가락을 빨고 있으면 여기저기 연락해서 나의 일자리 알아봐 주고, 심지어 형이 하던 일을 나에게 물려준 적도 있었다"는 미담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생민이 형은 놀라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절대 그것을 과시하지 않고, 누구와 얘기를 하든 늘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바로 내가 본 김생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끝으로 글쓴이는 김생민을 향해 "찬란하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 마음껏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며 격려의 말을 남겼습니다.

김생민 씨는 최근 알뜰한 경제관념을 통해 '통장요정'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방송 생활 25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화제가 된 글 전문입니다.

'흥해라, 김생민'

스뜌삣! 이 한 마디로 그는 대세가 됐네요.
제1의 전성기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뷔 2n년 차 개그맨.

생민이 형이랑은 아침방송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데일리 뉴스 리포터였고, 형은 위클리 패널이었죠.
사실 처음에는 다가가기도 힘들었어요.
이름값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형이 저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죠.

아침방송을 마치면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간단하게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프로듀서(PD)·MC· 작가·리포터·기상캐스터들이 모여서 3~40분 담소를 나누죠.
이 토크의 지분은 피디 50%, 유명 연예인 30%, 그 외 20% 정도랄까요?
피디는 연차가 높고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았고,
연예인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기 일쑤라서 말하게 될 일이 많있죠.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들은 나서서 먼저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일이 많고,
그 외 패널들은 특별히 누가 말을 건낼 일이 많지 않죠.
시간이 지나면서 다들 친해지면 그 땐 화기애애해지지만.

생민이형도 그 팀의 중심 노릇을 많이 했습니다.
특유의 화법이 있거든요.
'a가 나지막하게 대사를 쳤다' 이런 식이 아니라
'괴물에서 송강호가 당황하며 도망을 가기 시작할 때 웅얼거리는 것처럼 a가 대사를 쳤다' 
이런 식으로 누가 이해를 하든 말든 자신만의 적확한 표현을 찾아 말을 하는데 이게 낯설고 웃길 때가 많있어요.
그러면서 자기 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마치 토크쇼 MC처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질문을 이어서 던져줍니다.
그래서 다른 출연자들도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얻을 수 있었죠. 

이게 중요한 일이었어요.
피디나 작가들은 출연자를 쓸 때 막연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미지·캐릭터·성격이 또렷하게 보여야 배역을 주든 콘셉트를 잡든 하거든요.
연출자는 종이로, 출연 화면으로 알고 있던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곤 하는데
그런 자리에서 빙산의 아랫부분까지 보여줄 수 있으면 다른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죠.
생민이형은 그렇게 누군가에게 PR시간을 주면서 꼭 '얘는 이런더런 면이 있네' 하고 정리했는데, 바늘 위에 서 있는 무명의 방송인들에게는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

김생민 하면 짠돌이라고들 하죠.
제가 본 형은 '셀프 짠돌이'였습니다.
자기 기준에 맞춰 자기에게만 돈을 쓰지 않았죠.
방송에서 말하는 셔츠 몇 벌, 타이 몇 개... 진짭니다.
범용으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잘 버텼죠.
심지어 가을 겨울에 입는 점퍼에는 등에 형네 아이가 남긴 낙서가 그대로 있어요.
빨아도 안 지워지는 자식의 흔적, 연예인이니까 이미지를 중시하면 버릴 수도 있지만 그냥 입고 다닙니다. 
신발도 한두 개로 항상 신고 다니죠.
형을 만나면 새 옷인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더군요.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아침방송을 하고 동물농장인가 출발 비디오여행인가를 찍으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습니다.
3시간 정도 붕 뜨는데 어디 있을 데가 없는 거죠. 
카페에서 있자니 커피값도 아깝고 사람들도 부담스럽고.
그래서 대방역 제 자취집에서 자다가 갔습니다.
거실 두 평, 방 두 평의 작은 옥탑방.
티비는 없고, 인터넷 깔기에는 돈 아까워서 3g 에그 2년 약정 공짜로 쓰는 걸 보더니
'이새끼 아주 훌륭하네. 나랑 비슷한 냄새가 나.'라고 한 기억이 나네요.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겐 아끼는 법이 없습니다.
아침 방송 끝나고 피디가 그냥 사무실로 갈 때도 많고든요.
그럼 형이 출연자들을 데리고 파스쿠치로 갑니다.
4~5명 정도 되는데 그냥 다 사요.
흑임자 그라니따 이런 거 6500원씩 해도 다 사줍니다.
눈치도 안 줘요.
쿠폰북도 그냥 줍니다.
연예인한테 푼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형의 가치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 않을까요.

가끔 방송 없는 날도 연락해서 만나곤 했습니다.
그럼 형이 밥도 사주고 차도 사주죠.
형이 누구 만나러 갈일이 있을 때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제가 방송 잘리고 손가락 빨고 있을 때는
여기저기 연락해서 제 일자리 알아봐주고
몇 번은 성사돼서 일을 하기도 했죠.
심지어 형이 하던 일을 저에게 물려준 적도 있었습니다.
제 생일이라고 선물은 못 샀지만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10만 원 주기도 했고,
제 결혼식 때는 동물농장 녹화랑 겹쳐서 식 전에 자리를 떴지만
축의금으로 상당한 액수를 넣어줬습니다.
제 축의금 중에 가장 고액이었죠.

돈을 많이 받아서 고마워 하는구나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맛난 것도 많이 사줬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것도 당연히 고맙죠.
하지만 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었다면 감사한 사람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때때로 전화해서 다짜고짜 어디냐고 묻고(어딘디 궁금한 건 아니더군요)
좋은 일이 있을 땐 같이 기뻐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긍정적으로 같이 버텨보자며 격려해주는 사람.
놀라운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절대 그것을 과시하지 않고
누구와 얘기를 하든 늘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
그게 제가 본 김생민이었습니다.

누군가는 A급 연예인이 아닌 그를 그저 그런 사람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방송계에 있다보니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알겠더라고요.
파리목숨보다 하찮은 게 비(非) A급 출연자들의 자리인데
형은 KBS 2TV '연예가중계', MBC '출발! 비디오여행', SBS '동물농장' 방송 3사에 하나씩 10년 남게 장수 프로그램을 하고 있잖아요.
탑스타가 되는 건 능력과 운의 환상적인 콜라보 덕분에 가능한 일이지만
장수타(장수 스타)가 되려면 능력과 함께 됨됨이가 뒷받침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죠.
어쩌면 인생의 롤모델로는 이런 사람이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고된 시간 끝에 봄날이 찾아왔다는 표현은 형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비도 오고 볕도 드는 날들 가운데 요즘처럼 날씨 기막힌 날도 있잖아요.
찬란하게 펼쳐진 풍경 속에서 기분 좋은 바람 마음껏 만끽했으면 좋겠네요.

(구성 = 최새봄 작가, 사진 출처 = 온라인 카페 '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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