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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대선 무효' 판결로 아프리카서 전자선거 시스템 유효성 논란

지난달 8일 치른 케냐 대선 결과가 무효로 판결 나고서 전문가들 사이에 전자선거 시스템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점점 많은 수의 아프리카 국가가 케냐처럼 유권자 생체인식 등록이나 투표결과 전송 등 디지털 선거 시스템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디지털 기술이 선거에서 전통적인 용지 사용 방식을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앞서 서아프리카 가나는 2012년과 2016년 치른 선거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확대했고, 남부의 나미비아는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전자선거'로 불리는 디지털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습니다.

내년에 대선이 예정된 짐바브웨도 생체인식 유권자 등록시스템의 도입을 검토 중이며, 보츠와나와 나이지리아는 2019년 대선에서 전자시스템의 전면적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케냐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디지털 선거 시스템의 도입을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AFP가 보도했습니다.

케냐에서는 지난 2013년 선거 때도 유권자 인식 장비 및 투표결과 전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선관위가 수작업에 의한 개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4년 뒤 치른 지난 8월 선거에서 유권자 인식용 태블릿 컴퓨터와 전송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했으나 야권연합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 측은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해킹당해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케냐 대법원은 지난 1일 투표결과 전송 과정에 변칙과 불법이 있었다며 이번 대선을 무효로 하고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라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이 이달 22일까지 공표되면 이번 대선 결과가 전산상 오류인지 고의적 조작인지 밝혀질 예정입니다.

프랑스 국립 컴퓨터과학 및 응용수학연구소의 스티브 크레머 박사는 비밀투표 보장과 투표결과에 대한 일관성 유지 외에도 민주적인 선거를 보장하는 길은 유권자들과 합의된 방식의 시스템 채택에 의한 선거 투명성 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크레머 박사는 "독일은 투명성 보장이 어렵고 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전자투표제도를 금지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케냐에서도 대법원 판사들을 비롯해 신문사 편집자들, 법조인들, 그리고 유권자들은 '서버'나 '로그', '알고리즘' 등 전산 용어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무더기 투표용지 투입이나 기표용지 변경 등에 의한 전통적인 방식의 선거 조작보다 이해하기 힘든 전산 조작 가능성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다.

케냐 선거를 참관한 국제선거감시단도 야권연합의 컴퓨터 해킹 주장에 대해 전문성 부족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의 마리에체 스카케 단장은 "중요한 지적이다. 선거감시단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봐 야 한다. 몇몇 사람들만 들여다볼 수 있는 블랙박스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라고 인정했습니다.

야권연합은 선관위가 전국 4만 883개 투표소의 수기 집계표를 검사했다고 밝혔음에도 상당한 수의 집계표가 조작됐으며 적법한 서명이 없거나 보안마크가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베로니크 코르티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국장은 그러나 전자선거 시스템은 분명 무용지물이 아니며 보안성과 투명성이 강화된 해결책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르티에는 "현재로썬 전통적인 방식이 최선"이라며 "조작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종이 투표방식은 완전하지 않지만, 디지털 투표방식보다는 투명하고 합법적 선거를 이루는 데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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